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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경제]맥도날드 32년만에 떠난 러시아…현대차는 계속 있을 수 있을까

1990년 모스크바에 첫 점포낸 맥도날드 32년만에 철수
권순우 기자

러시아 모스크바 맥도날드의 매장 전경/사진=자료사진

‘자본주의의 맛’ 맥도날드가 러시아 사업을 중단했다. 1990년 모스크바에서 처음 문을 연지 32년만이다. 맥도날드는 러시아 전역에 있는 847개 매장을 모두 폐쇄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필요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결론”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세상에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의 러시아 철수는 냉전 이후 30여년의 평평한 지구에 생기고 있는 균열의 표식으로 인식된다. 앞으로 더욱 가시화될 갈라진 세상은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에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9년 발간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 로고를 따 골든아치 이론을 주장했다. 골든아치 이론은 맥도날드 햄버거 체인이 있는 나라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맥도날드가 진출을 하려면 일단 적대국이 아니어야 한다. 그에 더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을 정도의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두텁게 있어야 한다. 전쟁을 통해 얻을 것보다 잃게 될 손실이 더 큰 중산층이 많아지면 전쟁을 피하려는 내부 여론이 강하게 자리 잡는다.

그에 따라 맥도날드가 진출한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프리드먼은 주장했다. 전 세계 국가들은 전쟁보다 번영을 원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장벽을 낮췄다. 맥도날드 진출 국가는 점점 늘어났고, 세상은 좀 더 풍족하고 평화로워졌다.

맥도날드의 자유무역 상징성은 ‘빅맥지수’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빅맥 지수는 각 나라의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국가간 물가 수준을 평가하는 지수다. 1986년부터 이노코미스트지가 발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빅맥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로 7.29달러다. 한국은 4.1달러로 16위다. 한국의 물가 수준이 스위스에 비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빅맥지수는 동일한 물건은 어떤 나라에서든 하나의 가격을 갖는다는 ‘일물일가의 원칙’을 가정한다. 특정 물건의 가격이 어떤 국가에서 지나치게 비싸면 수입을 하게 되고, 지나치게 싸면 수출을 하게 된다.

여기에 또다른 전제조건은 자유 무역이다. 무역장벽이 없어야 가격에 따라 자유롭게 거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여러 국가에 널리 퍼져 있는 동일한 상품으로 지목된 품목이 바로 맥도날드의 빅백이다.

기업이 해외 진출 국가에서 철수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철수를 할 때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 해외 진출을 했다가 철수를 하면 해당 국가에서 고용된 사람들이 실직을 하게 된다. 경제적 악영향 때문에 해당 국가 정부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소비자들에게도 배신자 같은 나쁜 이미지를 준다. 특히나 정치적 이유로 철수를 하게 되면 사실상 재진입을 포기해야 한다.

해당 국가에 뿌리 내린 정도가 얕으면 그나마 철수도 가벼울 수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인터넷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인터넷망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파괴됐다.

러시아는 재래식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한편 사이버 공격으로 인터넷 망을 마비시키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펼쳤다. 이미 침공에 성공했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망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었다.

테슬라의 스타링크 제공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군사전략을 무력화한 의미가 크다.

사실 테슬라는 러시아에서의 판매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같이 대범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2020년 기준 러시아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은 약 100여대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추운 날씨로 전기차 배터리 성능 저하가 크기 때문에 전기차를 판매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테슬라 입장에서 러시아가 그리 진출하고 싶은 국가는 아닐 테지만, 이제 진출하고 싶어도 푸틴 대통령이 있는 동안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기업들의 입장은 훨씬 난처하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판매 2위는 기아, 3위는 현대차다. 둘이 합치면 점유율 28%로 1위다. 연간 37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한다.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은 러시아가 어려울 때도 손실을 감수하며 의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냉전 이후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러시아에 진출했다. 하지만 1998년 모라토리움, 2013년 테이퍼 탠트럼에 따른 신흥국 발작,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제재 등 러시아가 경제 위기를 겪을 때마다 GM, 포드, 폭스바겐, 닛산 등 미국, 유럽,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떠났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러시아 지도부고, 한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러시아 국민들과 고락을 함께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역시 러시아 현지에 생산 공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TV,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선두를 지키고 있다. 철수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기 전에도 평평한 지구에 균열이 가는 움직임들은 있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한국, 일본, 대만 등 111개국과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는 폴란드,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등이 포함되며 민주주의는 명분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또 대만이 초청국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중국은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기지 말라”고 경고했고, 러시아는 “전형적인 냉전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침략은 민주주의 vs 권위주의의 균열은 좀 더 가속화하는 기재로 작동한다. 국제결제망, 스위프트 제외와 각종 경제 제재로 러시아는 부도위험에 처해 있다. 러시아는 전쟁을 앞두고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고 독자적인 지급결제망을 구축하려 준비했다. 하지만 달러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 금융 질서에서 독립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특별히 군사적 공격 없이도 국가 경제를 부도 위험에 빠뜨리는 모습은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그 타겟이 언제든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느끼는 권위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탈출구 마련을 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냉전 이후 자유 무역의 상징 역할을 했던 맥도날드가 32년 만에 러시아에서 철수 했다. 맥도날드가 다시 러시아에 진출할 수 있을지, 맥도날드가 떠난 러시아에서 한국 기업들은 언제까지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지,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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