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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기기 회사가 부동산업을?…재기 위한 자이글의 몸부림

-'자이글' 하나로 매출 1,000억 찍으며 성공신화 썼지만 이후 실적 하락세 가속
-뷰티·헬스케어로 사업 다각화 나섰지만 신통 찮아…부동산 개발·매매업으로 추가 사업 확장 계획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자금경색 가속화할 수 있어 신중해야"
신아름 기자

자이글의 그릴제품/사진=홈페이지 캡처

적외선 조리기 '자이글' 하나로 매출 1,000억원 달성 신화를 썼던 주방기기 제조업체 자이글의 성장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단일 사업 아이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용기기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등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적 반등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자금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장 직후 실적 내리막길, '설익은 성장'의 후유증=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이글은 지난 2021년 매출액 202억원을 기록해 전년(180억원) 대비 12% 늘었지만 각각 51억원, 46억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적자로 전환했다.

자이글은 '주부들의 로망'으로 불리며 홈쇼핑 완판 신화를 이어갔다.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냄새와 연기를 최소화한 장점을 바탕으로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고 창업 7년째인 2015년 매출 1,000억원 달성에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듬해인 2016년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며 단숨에 증시에도 입성했다.

하지만 설익은 성장의 후유증은 컸다. 상장 직후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자이글은 2017년 매출 이 825억원으로 떨어진 뒤, 2018년 558억원, 2019년 297억원, 2020년 180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익성도 동반 하락해 2018년 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엔 156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2020년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잠깐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듬해인 2021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주요 판매채널이던 홈쇼핑의 주력상품 변동 주기에 따라 에어프라이어, 통돌이그릴 등에 손쉽게 대체되면서 자이글이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던 탓이다. 최근 홈쇼핑의 주력상품 변동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생활가전의 흥망성쇠 주기 역시 빨라지고 있다.

시장에선 '원아이템'의 한계를 지적한다. '자이글'이라는 하나의 아이템과 홈쇼핑이라는 하나의 유통 채널에만 깊이 의존하는 단순한 사업구조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상장 당시에도 기관투자자들이 이같은 지적을 내놨지만 자이글은 공모가를 희망밴드의 절반까지 낮추며 상장을 강행했다. 그 결과 자이글은 하루 거래량이 1만주에도 못미치는 시장 소외주로 전락했고 주가도 공모가(1만1,000원) 대비 70% 빠진 3,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뷰티·헬스케어로 사업 다각화 나서, 요원한 반등=악화일로로 치닫는 실적에 자이글은 뷰티·헬스케어로 사업 아이템을 확장하며 반등을 모색했다. 세계적으로 뷰티·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2018년 12월 뷰티·헬스케어 브랜드인 'ZWC'를 선보였다. 공기 중 산소와 질소를 분리해 고농도 산소를 만들어내는 산소발생기와 각종 미용기기, 화장품을 잇달아 내놨다.

자이글의 뷰티·헬스케어 사업이 본격화한지 올해로 4년차를 맞았지만 해당 사업의 존재감은 미미한 상황이다. 자이글 전체 매출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여전히 그릴 제품류다. 그릴 제품류에 대한 의존도는 초기보다는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매출 자체가 반의 반토막으로 줄면서 그 의미가 희석됐다.

자이글은 다시 한번 사업 확장에 나서며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번엔 부동산업이다. 자이글은 지난달 30일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부동산 개발업과 매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의 안건을 승인하며 부동산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아울러 향후 다양한 기업들의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뤄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시장에선 이같은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원아이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사업을 벌렸다가 쓰러진 많은 생활용품기업들의 앞선 사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역시 스팀청소기 하나로 대박을 쳤다. 홈쇼핑을 주요 유통채널 삼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패착이었다. 스팀청소기의 뒤를 이을 히트작을 내기 위해 프라이팬, 정수기, 화장품 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2015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후 4개월여만에 회생에 성공했지만 '한경희생활과학'의 브랜드 가치는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상태였다. 재기를 위해 한경희생활과학은 고군분투했지만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법인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으며 자금경색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상장법인의 경우 금융권 대출 등 자금 조달을 위해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가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이해 없이 문어발식으로 무리하게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한 아이템에만 의존하는 전략만큼이나 위험하다"며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생활가전업계가 특히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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