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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올스톱' 위기…탄소중립 과속의 나비효과

-시멘트 재고량 타이트해지며 건설현장 차질 우려↑
-인위적인 생산량 조절 vs 탄소중립 정책 드라이브
신아름 기자

4일 경기도 안양시 내 한 레미콘 공장에서 차량들이 운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시멘트 재고 부족에 따른 건설현장 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당초 시멘트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각에선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시멘트 업계가 유연탄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보이는 반면, 빠른 속도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재고 부족현상이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는 시멘트 업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업체들마다 친환경 설비 전환 등으로 생산활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급등한 유연탄 가격이 시멘트 대란 초래?=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톤당 427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현재 200~3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급격한 상승세는 일단 진정된 모습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3배가량 오른 가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졌고,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연탄 수급이 타이트해진 탓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세계 각 국에서 유연탄을 미리 확보해놓으려는 '가수요' 현상이 심화한 것도 유연탄 수급 불균형에 기름을 부었다.

유연탄 수급이 빡빡해진 반면, 시멘트 수요는 예상보다 늘었다. 최근 주택 인허가 실적이 전년보다 50% 이상 늘면서 시멘트를 찾는 곳이 당초 전망보다 많아진 것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시멘트 수요가 생산 규모를 10% 가까이 넘어서면서 재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70만톤 수준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건설현장 수요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연탄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원가 압력이 높아진 시멘트 업계는 단가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을 톤당 5% 올린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추가로 18% 단가 인상을 추진 중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이 톤당 10달러 상승할 때다마 국내 시멘트 업계는 약 100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 업계 추산으로는 이보다 많은 업체당 50~60억원, 업계 전체로는 최대 5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시멘트 업계가 잇달아 단가 인상을 추진하자 일각에선 유연탄 수급 불균형과 그에 따른 단가 상승을 이유로 시멘트 업계가 일부러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시멘트 공급을 볼모 삼아 단가 납품처인 레미콘 업계와의 협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한 뒤 인상안을 관철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시멘트 대란은 '친환경' 정책의 이면=시멘트 업계에선 지금의 시멘트 재고 부족 현상이 정부의 친환경 정책 가속화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 속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야 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급진적으로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시멘트 업체들은 저마다 친환경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개보수에 돌입했고, 그에 따라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르면 각 기업은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 시멘트 업체들은 개별적으로 감축 목표를 세우고 유연탄의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친환경 설비 전환을 준비 중이다.

시멘트 업계의 정례 대보수 기간과 겹치면서 이번 사태가 더욱 커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보수는 고온의 소성공정이 수반되는 시멘트 업계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킬른(시멘트 제조용 소성로)의 핵심 부품 교체, 생산 프로세스 점검 등을 통해 과부하를 차단하고 생산라인별 순차적인 보수 시행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통상 전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지는 대보수 기간 중에는 시멘트 업체들의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만큼 시멘트 재고량이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시멘트 재고량 부족 사태는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와 업체들의 투자 확대로 인한 생산 차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각에선 주장하는 유연탄 가격 급등과 그로 인한 시멘트 단가 인상 추진과는 특별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체별로 편차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5월 말까지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은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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