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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의료AI 시장… 성패는 '임상시험'에 달렸다

의료AI 후발주자들, 데이터 가공·메타버스 등 특화전략 세워

정확도 증명만으론 부족… 유용성·효과성 임상으로 증명해야
전혜영 기자

루닛의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IO'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루닛)

의료AI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약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까지는 후향적 연구만으로 정확도를 입증하는 데 그친 기업이 많다.

27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AI 의료기기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함해 110개로, 정부가 의료AI에 관심을 갖고 신속한 허가를 약속한 만큼 의료 AI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먼저 국내 허가를 받은 뷰노에 이어, 제이엘케이, 루닛, 딥노이드 등이 다수 AI 의료기기를 승인받으며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고, 이중 뷰노, 제이엘케이, 딥노이드는 지난해 상장에 성공했다. 루닛도 이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와 달리 의료AI 분야에서 다소 후발 주자인 스타트업들은 각자 특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다. 인그래디언트는 의료데이터를 정확하고 빠르게 가공할 수 있는 '전처리'에 집중했다.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의료영상의 경우 날 것 그대로 인공지능에 학습시키기 어려운데, 인그래디언트의 '메디라벨'은 각종 장기와 병변을 세분화하는 라벨링 기술을 통해 분석 속도와 정확도를 높였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국내선 의사들이 이미 많은 환자들을 보고 있으므로 의료AI의 예측력이 의사만큼 좋았다는 정도로는 의료 현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며 "유동적인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도록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시도한 기업도 있다. 메디컬아이피는 의료영상을 모델링해 3D프린터로 출력하거나, 메타버스 상에 구현하는 XR(확장현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디지털 트윈화'라고 칭하며 수술 계획 수립, 내비게이션 수술, 의료 교육 등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지난 20일 대한인공지능의료학회 학술대회에서 "의료AI 기업이 후발주자로 상장하기 위해선 기존에 상장한 회사와 차별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판독보조로는 가치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찾아내고 환자 치료 경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AI임상시험센터 지원실장을 맡은 홍 교수 역시 "의료AI도 일반적인 약이나 치료 목적의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치료 성적을 높였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제로 환자에게 쓰였을 때 진료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거나, 환자 생존율을 높였다는 것을 전향적인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AI의 전향적 임상시험은 차후 수가 진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FDA의 사용 허가를 받은 의료AI는 상당수이지만, 메디케어(공공보험)에 포함된 기업은 드물다. 메디케어 진입에 성공한 당뇨망막병증 자동판독기 'IDx-DR'는 의료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홍기정 교수는 "복잡하고 유동적인 진료 환경에서의 유용성과 EMR(전자의무기록)이나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과의 연동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전향적 임상시험은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제약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의료AI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내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혜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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