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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게임산업 대표 학술단체 분열하나...'사쿠라 vs 탈레반' 논쟁

한국게임정책학회 사단법인 등기 완료 임박...이재홍 전 한국게임학회장이 창립 주도
서정근 기자

이재홍 교수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의 모습


게임산업 관련 대표 학술단체인 한국게임학회에 몸담은 학계 인사 중 일부가 새로운 학술단체를 설립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 게임학회 수장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가 게임업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비판적 성향의 학자인 반면 새로운 학회 설립에 나선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는 산업과의 공조·상생에 무게를 둔 온건론자로 꼽힌다.

"신설 학회 설립이 '유사학회' 설립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학회설립에 제약을 두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는데, 한 때 한국게임학회장을 맡았던 이재홍 교수가 기존 학회 회원 자격을 상실했다 다시 찾는 등 갈등의 골과 여파가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학술인을 보는 시각과 성향에 따라 한 쪽은 업계와 영합하는 '사쿠라'로, 다른 한 쪽은 독선적인 '탈레반'으로 지목받기도 하는 양상이다.

학계 인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될 여지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발전적인 정책 제언과 학술활동이 이어져 '순기능'으로 작용할 지 눈길을 모은다.

9일 학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퇴임한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한국게임정책학회가 빠르면 이달 중 사단법인 등기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이재홍 교수는 숭실대학교에서 전자공학 학사, 국어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7대 한국게임학회 회장을 역임한 후 2018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규제 유지에 방점을 뒀던 역대 게임물관리위원장들에 비해 게임업계와 '소통'에 무게를 뒀던 인사다. 게임학회장으로 재직할때도 정책제언과 학술활동 등에서 '친산업' 성향으로 불렸던 이다.

위정현 교수는 이재홍 교수가 학회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부회장을 맡았던 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후 도쿄대학교 대학원 경제학연구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 연구 교수로 재직한 후 일본 온라인게임협회 부회장을 맡았다. 저작권위원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게임관련 학술활동에 주력하는 학자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갖춘 석학으로 꼽힌다.

게임학회장으로 취임한 후 학술활동 외에도 업계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활동가'를 방불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메이저 게임사들의 비즈니스 관련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업계 입장에선 껄끄러운 강성 인사로 꼽힌다. 넥슨, 엔씨, 넷마블 등 게임사 외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경영활동에 비판적인 비평을 내놓고 있다.

두 학자는 평소 막역하게 지내왔으나 이재홍 교수가 연초부터 한국게임정책학회 설립을 추진하자 기존 한국게임학회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게임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


관련해 위정현 교수는 "일반 회원도 아니고 전임 학회장인 분이 명칭과 실질 활동에서 기존 소속 학회와 사실상 동일한 '유사학회'를 설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학회 내에서 나왔고 이같은 의견을 이 교수께 전해드렸다"며 "원로선배께서 하시고자 하는 활동을 우리 학회 내에서 분과, 포럼 형태로 구성해 진행하시면 전폭적으로 지원해드리는게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재홍 교수는 "학술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오래동안 활동하다 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 산업계와 학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한 것인데, 유사학회라는 평가를 수긍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재홍 교수 등 한국게임정책학회 설립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4인의 학자는 기존 게임학회에서 제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과는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정현 교수는 "유사학회 설립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이재홍 교수 측이 소속 정리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해 탈퇴처리가 됐던 것은 맞으나 이 교수 본인께서 탈퇴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확인해 주셔서 다시 회원자격을 복구시켜 드렸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학회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네 분 중 우리 학회에 소속됐던 분은 이재홍 교수를 포함해 두분"이라며 "네 분 모두 징계성 제명을 받았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정현 교수는 "옳고 그름을 명확히 하고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이로 꼽힌다. 이재홍 교수는 "함께 포용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학자다.

게임업계에서 정책업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뭐라 평가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전제한 후 "건전한 정책 제언으로 귀결될 수 있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위정현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관련 활동과 미디어 네트워크 측면에서 관련 학자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반면 이재홍 교수는 업계와 보다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사로 꼽힌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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