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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인사이트]30년 만에 확 뜯어고치는 전기통신사업법…통신사 규제완화 어디까지?

과기정통부, 전문가포럼 출범하고 논의 시작
30년 만의 대손질...연말 개정안 내놓을 방침
통신사도 '혁신 주도'...규제완화 기대감
김용주 기자





'기간통신, 통신역무......'
통신 산업에 적용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빈번히 나오는 용어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단순히 용어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30년 전 유선전화 시절에 체계를 잡고 중간중간 필요할 때마다 뜯어고쳐 '누더기'가 된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3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이 급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과감히 뜯어고치기로 하고 지난 6일 '전기통신사업법 전면개정 전문가포럼'을 출범시켰다. 전문가와 업계 의견 등을 종합해 연말까지 개정안을 만들기로 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유선전화가 통신 시장 중심이던 시기부터 유지되어온 현재의 전기통신사업법 체계가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패러다임에 부합하는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30년 만에 확 뜯어고친다...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

단순히 전기통신사업법을 고친 연혁만 놓고 보면 2010년 이후 12년 만의 전면개정이다. 그러나 2010년의 전면개정은 기간통신사업자 규제를 개편하는 정도에 머물러, 근본적 변혁은 없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1991년,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전부 개정하면서 마련됐다. 독점 체제이던 통신사업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면서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개념을 이때 처음 도입했다. 당시에는 이렇다할 부가통신사업자가 없었고, 모든 초점이 압도적 힘을 가진 기간통신사업자, 즉 통신사의 힘을 규제하고 견제하는 데 맞춰졌다.

그러나 30년이 흐르면서 통신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강력한 사전규제에 묶인 기간통신사업자와 달리, 부가통신사업자는 '혁신의 원천'이라는 이유로 광범위한 자율을 부여받았고, 덕분에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했다.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전부 개정 작업은 이처럼 변화한 힘의 균형을 규제체계에 반영하려는 시도다.


◆통신사, 어디까지 풀어줄 것인가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전부 개정의 초점 가운데 하나는 '정부규제'에서 '시장자율'로의 이동이다. 특히 통신사도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도입될 전망이다. 해외 통신사가 통신회선을 제공하는 전통적 역할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나라 통신사는 유독 활발히 신사업을 벌인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시장의 65%, AI스피커 시장의 70%를 통신사가 장악했다. 도심교통항공(UAM) 사업을 이끄는 것도 통신사고, OTT와 구독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통신사에 '혁신의 보조' 역할만 맡길 수는 없게 된 것이다.

SK텔레콤은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서 2030년 부산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UAM의 미래상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고 7월 17일 밝혔다. <사진=SK텔레콤>


그러나 통신사는 전기통신사업법 규제 탓에 빠르게 변화하는 ICT 시장에 제때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UAM용 드론을 직접 제작하고 싶어도 '통신기기 겸업 승인 제도'에 걸려 과기정통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역시 승인 대상이다. 통신기기 겸엄 승인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이 2020년 과기정통부 주도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새롭고 창의적인 요금제를 내고 싶어도 '유보신고제'가 발목을 잡는다. 요금인가제는 사라졌지만, 유보신고제(SK텔레콤 한정)라는 규제가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통신비와 관련, 통신사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통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외국인 투자와 통신사의 기업 인수합병(M&A)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현재 외국인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기간통신사업자 주식의 49%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통신 경쟁을 활성화하려면 정부 공익성 심사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아울러 통신사가 시도하는 M&A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결과가 우선하는 제도를 바꿔 공정위와 과기정통부가 협의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가통신사업자 규제 가능성은 제한적

30년 간 변화한 ICT 산업 힘의 균형을 반영하려는 작업이지만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구글, 네이버,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제할 근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주파수라는 한정된 공공자산을 이용해 정부 허가를 받는다는 이유 때문에 통신사는 강한 사전규제를 받지만, 부가통신사업자에 사전규제를 가할 근거가 없다. '금지행위'라는 수단을 이용해 규제를 시도하지만 해외 사업자라는 이유로, 자율규제라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구글 인앱결제 사태와 넷플릭스 망사용료 사태에서 보듯, 해외 사업자는 강제력이 미치기 어렵고 법망도 교묘히 회피한다.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려는 시도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된다.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산업에 대해 '자율규제'를 기조로 내세운 상황에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는 가입자 포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유인이 매우 강하다"면서 "혁신이 가능하도록 시대에 뒤처진 규제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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