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엔저(円低) 때 빚 갚자"…엔화대출 줄줄이 상환

원·엔 100엔당 950원 밑까지 하락
시중은행 엔화대출 잔액 감소추세
엔화대출자 환차익 기대감도 솔솔
엔화 이제 바닥?…"버티기는 경계"
임지희 기자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5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도 2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끝 모를 엔화가치 추락에 엔화 대출자들의 상환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행의 지난달 말 엔화대출 잔액을 합친 규모는 1,188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말 1,306억엔과 비교해 1년 사이 118억엔, 10% 줄었다. 은행들의 엔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일제히 하강곡선을 그리다 올 들어 꾸준히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엔화 약세 탓이다. 달러 강세 흐름이 갈수록 심화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과 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정책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사상 초유 엔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6년 넘게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면서 저렴한 금리에 엔화대출을 많이 받아뒀다가 최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출상환도 활발해졌다. 과거 엔화대출을 받았다면 현재 더 적은 금액의 원화로 기존대출을 갚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대출의 지표금리는 런던 은행간 금리(LIBOR) 산출 중단 이후 일본 은행연합회에서 고시하는 도쿄 은행간 금리(TIBOR)를 지표금리로 사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기업대출의 경우 담보와 업종, 기업규모, 신용등급별로 가산금리가 상이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으로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예를 들어 엔화대출로 지난 2020년 이맘때 1만엔을 빌리면 100엔당 원화 환율(연평균 매매기준율)은 1,170원이었다. 당시 원화로 환산한 대출원금은 1억 1,700만원이다. 그런데 엔화 환율이 100엔당 950원까지 떨어진 현재 대출원금은 9,5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가만히 앉아 2,200만원이나 이득을 본 셈이다. 반대로 대출 시점보다 환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환차손이 발생한다.

최근 은행 영업점에 엔화대출 상환을 문의하는 고객도 늘고 있는 추세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엔화대출 상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화대출 취급 시 환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환리스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적극 안내하고 있고 전환 시 손실 또는 이익이 고객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고객 판단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버티기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엔화가 지금과 같은 약세를 보였을 때 원화 매도, 엔화 매수가 적절한 선택이었지만 현재 세계경제 여건과 국내 수출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이런 시나리오는 배제해야한다"며 "대략 900원선에서 저점을 찍고 1,100원대까지 반등하는 패턴을 가져갈 것이며 9~10월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임지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