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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넥스트 길드워' 꿈꾸던 엔씨 개발팀, 리니지 IP본부로 '병합'

김택헌·이성구 등 사업 중역 '헤게모니' 입증...'리니지 근본주의' 극복 과제로 꼽혀
서정근 기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엔씨소프트 신규 개발본부에서 차세대 MMORPG를 개발하던 'GW' 시드가 김택헌 수석부사장 산하 개발조직으로 이관됐다.

'시드(Seed)'는 엔씨에서 제작 초기 단계의 개발팀에 붙여지는 조직단위다. 제작이 일정궤도에 오르면 '캠프(Camp)'로 승격되고, 게임 출시를 전제로 인력 채용 등 지원이 이뤄지는 구조다.

GW 시드는 엔씨의 북미 개발법인 아레나넷의 흥행작 '길드워'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을 만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력이 좋은 팀으로, 제작 중단 결정이 내려진 후 이들의 활용방안을 두고 사업 중심 개발조직과 신규 개발 조직간 '줄다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니지M' 성공을 기점으로 사업 포스트가 개발 헤게모니까지 거머쥔 역학구도가 다시금 확인된 셈인데, 리니지 IP 사업본부에 배속된 이들이 어떠한 성과물을 내놓게 될지 눈길을 모은다.

11일 엔씨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GW 시드가 최근 이성구 부사장이 맡은 리니지IP 사업본부로 배속돼 'H시드'로 변경됐고, '리니지W' 총괄역 최홍영 상무가 H 시드의 조직장을 겸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GW 시드는 심민규 전무가 맡아온 개발팀이다. 심민규 전무는 '리니지' 개발총괄역을 맡아 라이브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이다. '리니지' 계열 개발자 중 적통으로 꼽히는 이로, 실력과 인품 모두 출중하다는 평가다.

2013년부터 '리니지' IP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장하는데 주력했고, 2014년에 '리니지 헤이스트'를 선보였다. '리니지 헤이스트'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원작 '리니지'를 그대로 모바일에 이식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2014년 '리니지 헤이스트'를 선보이던 당시의 심민규 프로듀서.

그러나 해당 개발팀의 제작 리더십을 당시 심승보 전무와 이성구 상무에 내어줬고, 이들이 '리니지M'의 메가히트를 견인하면서 '사업이 우위를 점하는' 사업-개발 콜라보가 엔씨에 자리잡게 됐다.

심민규 전무는 '리니지' PC버전의 제작리더십도 내려놓고 'A2' 시드를 결성해 차세대 PC·콘솔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LLL' 시드에만 주력하고 있는 배재현 부사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셈이다.

관련 소식통은 "시드의 명칭이 'A2' 였던 탓에 '아이온' IP를 기반으로 한 차기작일 것으로 점쳐졌는데, 해당 시드의 명칭이 어느 순간부터 'GW'로 변경됐고, '길드워'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을 만들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제품 명칭에 '길드워' 네이밍을 쓰는 것을 목표로 했는지, '길드워'로 상징되는 웨스턴 풍의 게임을 지향한 것인지 여부는 명확치 않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아레나넷이 개발한 '길드워2'


'길드워'는 엔씨가 인수한 북미 게임 스튜디오 아레나넷이 2005년에 발매한 게임이다. 후속작 '길드워2'까지 연속 흥행했으나, 또 다른 후속작이나 모바일 플랫폼 신작을 내지 않아 궁금증을 샀다. '길드워' 제작에 사용된 '길드워 엔진'은 '리니지 이터널'의 기반엔진으로 활용됐다.

GW 시드가 개발하던 신작은 경영진의 허들을 넘지 못해 캠프로 승격되지 못했고, 제작리더십 변경이 이뤄지게 됐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해당 시드 구성원들 평판이 좋았던 탓에 최문영 PDMO가 이들이 신작 '프로젝트E'의 개발을 통째로 맡아주길 희망했던 것 같은데, 김택진 대표가 해당 시드를 CPO(김택헌 수석부사장) 산하에 배속시켰고, CPO는 해당 시드를 리니지IP 사업본부에 이관했다"고 전했다.

최문영 PDMO(전무)는 엔씨소프트에서 신규 개발 총괄역을 맡고 있는 이다. 엔씨의 라이벌 넥슨에서 김대훤 부사장이 맡고 있는 롤과 같은 역할이다.

넷마블 산하 개발법인 CJIG에서 재직하며 MMORPG '프리우스 온라인' 개발에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프리우스 온라인'은 최문영 전무 외에도 후일 '리니지2 레볼루션'을 만든 박범진 넷마블네오 대표, '로스트아크'의 서버총괄역 김성민 스마일게이트RPG TD 등이 제작에 참여한 프로젝트다.

엔씨소프트의 신규개발 총괄역 최문영 전무.


엔씨에 합류한 후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의 라이브 개발에 참여했다. 아트에서 출발했으나 기획까지 섭렵했고, 두터운 인망을 바탕으로 탄탄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다.

백승욱 당시 디렉터가 제작하던 '리니지 이터널'의 개발이 난항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투입돼 해당 프로젝트 개발을 '리부트'했다. 해당 팀이 'TL'로 재출범한 후 전무로 승진했고 최 전무의 능력을 높이 산 김택진 대표가 신규개발 총괄역을 맡겼다.

엔씨의 개발 조직은 김택헌 수석부사장과 최문영 PDMO가 분점해 있고, 김택진 대표가 이를 총괄 감수하는 구조다.

김 수석부사장 산하에는 리니지IP 본부, 넥스트IP 본부, 오리지널IP 본부, 블레이드앤소울IP 본부가 편제되어 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김택헌 수석부사장.


이성구 부사장이 맡고 있는 리니지IP 본부는 '리니지' PC게임과 '리니지M', '리니지W' 개발팀이, 백승욱 상무가 이끄는 넥스트IP 본부는 '리니지2M'과 '아이온2' 제작팀이 배치돼 있다.

임원기 전무가 맡은 오리지널 IP 본부는 '리니지2' PC 게임과 '아이온' PC 게임이, 최용준 상무의 블레이드앤소울 본부는 PC게임 '블레이드앤소울'과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2'의 제작진이 배속되어 있다.

최문영 PDMO 산하에는 'TL', '프로젝트M', '블레이드앤소울S', '프로젝트E' 등 신규 프로젝트가 편성돼 있다.

최문영 PDMO 산하 신규개발팀이 제작중인 'TL'


당초 라이브 게임과 신규 개발 게임으로 분할구도가 이뤄졌으나 신규 개발 게임 중 '아이온2'가 넥스트IP 본부에, '블레이드앤소울' IP를 활용한 '블레이드앤소울S'가 최문영 PDMO 산하에 배속되는 등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평가도 있다.

GW 시드가 편성된 리니지 사업본부는 '리니지' IP의 게임이 모인 개발·사업 그룹이다. GW 시드는 'H 시드'로 명칭을 변경했는데, 이들이 만드는 신작은 '리니지' IP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GW 시드의 전환배치는 사내 역학구도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성구 부사장은 정진수 수석부사장과 우원식 CTA의 퇴임 후, 김택진 대표와 그 가족들을 제외하면 그룹 내 최고실권자로 꼽힌다.

엔씨 내외에서 리니지 편중과 비즈니스 모델 관련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으나, 이성구 부사장이 그간 쌓은 실적, 이로 인해 형성된 권위 또한 드높다.

리니지 IP 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이성구 부사장


2015년을 기점으로 사업이 우위를 점하는 사업-개발 콜라보가 자리잡은 후 엔씨의 실적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리니지 근본주의'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다. 엔씨가 '리니지 근본주의'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벗어난다 해도 상업적 흥행에 성공할지 여부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김택진 대표가 그간 취해온 포석은 회사의 특장점인 간판IP와 기술력의 조합, 부유한 소비층의 몰입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왔는데, 변화된 상황에 맞게 '혁신'을 이끌어낼수 있을지 이목을 모은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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