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vs 두 번, 이창용 총재의 '빅스텝' 고민
금리인상 기정사실…횟수·폭이 관건금통위 내부, 빅스텝 신중론에 무게
코픽스 최고치…주담대 6% 뚫을 듯
임지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동결이냐 인상이냐가 아닌 두 번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밟을지 여부다. 인상은 기정사실이고 횟수와 폭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는 연 2.25%다. 지난달 금통위가 사상 첫 빅스텝 결정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 이 총재가 시장에 보낸 신호는 점진적 금리인상이다.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총재는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달 금통위가 꺼내들 카드는 사실상 인상으로 정해졌다. 다만 한은 안에서 빅스텝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몇몇 위원들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을 쏟아내며 신중론을 들고 나왔다.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통화정책 파급시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가 예상경로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한 점차적인 금리인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도 점진적 인상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경기 둔화로 하반기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수출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출환경 악화는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이미 지난 2분기 수출은 3.1% 역성장하며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 총재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내리면서 "현재는 더 떨어질 위험(하방 리스크)이 크다"고 우려했다.
베이비스텝으로 가더라도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연내 추가인상 횟수다. 금통위가 끝난 뒤 이 총재의 기자회견과 이후 공개되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추가 인상 여지를 엿볼 수 있다. 시장의 눈과 귀가 온통 여기에 쏠리는 이유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한 금통위원 의견은 분분했다. 한 금통위원은 상당기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반면 다른 위원은 당분간으로 맞불을 놨다. 시장에선 연말 기준금리가 연 2.75%~3.0%가 될 것이라고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0.25% 포인트 올리면 기준금리는 연 2.50%가 된다. 여기서 올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은 금통위에서 연속 인상한다면 3.0%까지 올라간다. 2012년 7월 기준금리와 같아진다. 전례가 없는 네 차례 연속 인상이기도 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무총리가 올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을 2.3%로 내다봤는데 이것은 3, 4분기 중 최소 한 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뜻"이라며 "성장 둔화 가능성에 빅스텝보다는 베이비스텝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또 한 차례 뛸 예정이다. 전날 은행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에 영향을 주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한달 만에 0.52%포인트 오른 2.90%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폭 상승을 기록한 지난달 2.38%를 단숨에 갈아치웠다. 은행들은 코픽스 인상에 따라 주담대 혼합형 금리 상승폭도 결정한다. 이번 상승분은 오늘부터 곧바로 반영된다.
임지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