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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펀드 중신용자 대출, 최저연체율의 비밀은

[인터뷰] 정승우 CRO,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델이 핵심
넘치는 개인 정보…컷아웃 대신 긍정 변수 활용 '노하우'
"리스크 관리와 영업 두마리 토끼 잡는 신용평가 지향"
김현이 기자

'온투업', 'P2P' 등으로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은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도입에 따라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된 신생 업권이다. 관련법 제정 전에는 자회사를 대부업체로 등록하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온투업의 사업 구조는 크게 투자 상품 판매와 대출로 양분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서 주로 중신용(4~6등급) 고객에게 대출을 내주는 구조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개인신용대출 등을 취급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48곳의 평균 대출금리는 10.7%를 기록했다.
온투업(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1호사인 '피플펀드'는 올해 상반기 누적 대출액 1조5,000억원을 넘기면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월간 최대 75조원에 달하는 신용대출 문의가 들어오지만 연체율은 평균 1.09%로 업계 최저다. 중저신용자가 이용하는 다른 업권이나 대출 등과 비교했을 때도 연체율은 양호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은행 내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1.2%를 기록했고,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4.1%다.

견고한 실적과 건전성의 배경에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델(CSS)이 있다. 차주를 평가하고 대출 여부와 금리를 산정하는 CSS는 금융사의 핵심 시스템이다. 영업 성적만 놓고 보면 피플펀드의 CSS는 단순히 대출을 내줄 수 없는 고객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자산 건전성을 높게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대출이 가능한 고객을 선별해 내는 '노하우'가 있는 셈이다.

피플펀드의 CSS 개발 주축인 정승우 RISE총괄이사(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를 만나 피플펀드만의 신용평가모델 개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승우 피플펀드 RISE총괄이사(CRO) (사진=피플펀드)

◆'창과 방패' 아닌 '실과 바늘'로…CSS의 위상 변화

정승우 이사는 나이스평가정보에서 12년간 금융기관 CSS 개발 업무를 맡아온 전문가다. 피플펀드가 '삼고초려'해 영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리스크 관리에만 국한된 CSS 개발 업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피플펀드에 합류했다.

"CSS 개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기존 금융권 조직의 한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여러 금융사에 파견을 가 보니, CSS를 주로 담당하는 조직은 리스크 팀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리스크와 영업의 관계는 마치 '창과 방패' 같아서 리스크 팀은 어떻게 하면 회사의 연체율을 더 낮출지, 불량 차주를 쳐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죠. 여신(대출)을 실제로 취급하는 영업팀과 이해관계가 부딪힙니다."

피플펀드는 CSS와 영업의 관계를 창과 방패에서 '실과 바늘'로 바꿨다. 정 이사가 총괄이사직을 맡은 조직 '라이즈(RISE)'는 그의 CSS 이런 관점을 십분 담아내고 있다.

"CSS 조직이 리스크에 국한되지 않고 사업과 꼭 맞닿은 상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라이즈는 일종의 협의체입니다. 조직명은 리스크(Risk), 금리(Interest), 한도(Size), 효율성(Efficiency)의 앞 글자를 땄어요. 리스크를 빼면 모두 영업부서에서 하는 일로 구성돼 있죠. 대출 영업의 여러 요소를 함께 논의하고 고려해서 CSS 개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저희 조직의 소속 자체도 사업 본부예요."

◆'한 번 만들면 3년간 무소식'…피플펀드는 '실시간' 경쟁력 강화

피플펀드만의 CSS 핵심 경쟁력은 '실시간·변별력·다면평가' 3가지로 축약된다. 특히 정 이사가 자신하는 것은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 피플펀드의 CSS 개발 인프라다. 피플펀드는 지난해 9월 CSS 4.0에 이어 올해 초 CSS 4.1 버전을 적용했고, 현재는 다음 버전 도입을 준비하는 등 지속적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고 있다.

"저희만의 독특한 개발 문화가 있어요. 현재 적용되는 신용평가 모델을 '챔피언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수많은 '챌린저(도전자)'들이 있어요. 최신 알고리즘 습득에 능한 저희 개발자들이 실험처럼 마음껏 새로운 모델을 챌린저로 등록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하루 아침에 챔피언 모델이 바뀔 수 있는 거죠. CSS를 빠르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거예요."

통상적으로 금융사는 CSS를 구축하고 3년 정도 사용한다. 하지만 정 이사는 CSS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업데이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CSS는 시간이 지날수록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CSS 모델 구축부터 운용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가 나거든요. 이 기간에 시장 환경이 바뀌거나 거시경제 상황이 바뀌었을 수 있죠. 또 금융사의 타깃 고객층이 변화할 수도 있고요."

정 이사는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린 만큼 실시간 CSS 업데이트는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데이터에는 기존에 CSS에서 안 쓰던 대안정보, 통신, 보험, 증권, 은행, 심지어는 전자상거래에서 거래한 품목에 대한 정보까지 들어있어요. 대안정보 대부분이 금융사에 오픈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래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에 대한 경쟁력이 점점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는 누가 그 정보를 가장 빠르게 타깃 고객층에 맞춰 업그레이드하고, 실제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량 중신용자 찾아라'…중금리 대출 '강자' 만든 대안정보 변별력

피플펀드의 대출 타깃층은 신용등급 4~6등급인 중신용자다.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중신용자가 이용한 중금리대출 비중이 61.3%를 차지한다. 특히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대환(갈아타기)하려는 경우가 43.5%에 달한다. 자연히 CSS도 중신용자 변별에 특화됐다.

"2금융권은 은행에서 거절 당한 분들이 찾게 되는 경우가 많죠. 신용등급으로 놓고 보면 4~7등급에 있는 분들이에요. 2금융권은 이 안에서 우량 차주를 가르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 않아요. 금리를 높게 받으면 되거든요.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금리절벽'(금리단층·고신용자와 저신용자 간 큰 금리 격차)이 생깁니다. 저희의 사명은 2금융권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우량집단을 찾는 거예요."

정승우 피플펀드 RISE총괄이사(CRO)(사진=피플펀드)

기존 금융권 CSS는 대출, 카드, 연체 정보로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를 구분한다. 하지만 이런 CSS로는 중신용자 중에서 우량차주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피플펀드의 CSS는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해서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완성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안정보로 CSS 모델을 만들 때 문제점은 대안정보가 대출, 카드, 연체 정보를 이기고 끝까지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알고리즘이 파워가 센 변수, 즉 대출, 카드, 연체 정보에 가중치를 주게 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보험정보를 활용해서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면 보험 연체(실효) 정보가 쓰입니다. 알고리즘은 불량 차주를 걸러내는 거죠. 그런데 저축성 보험 비율처럼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정보들이 분명 있거든요. 정보의 가중치를 조정하는 노하우를 터득하면 대안정보를 통해 우량 고객을 선별해 낼 수 있습니다. "

◆'연체도 다 같은 연체가 아니다'…보조 모델로 차주 다면평가

다양한 보조 평가 모델을 통해서 차주를 다면평가 하는 것도 피플펀드 CSS의 특징이다. CSS의 약점이 발견되면 이를 별도의 모델을 통해 보완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예가 '무연체 회생' 탐지 모델이다.

무연체 회생은 차주가 대출 실행 후 연체 없이 바로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개인회생제도의 악용 사례다. CSS는 대출 신청자가 향후 6개월 이내에 30일 이상 연체할 지를 예측하는데, 무연체 회생 탐지 모델을 통해서 추가적으로 부실 리스크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예를 들어 차주 A씨는 초반 3개월 만에 연체가 발생했고 B씨는 후반 3개월에 연체가 됐습니다. CSS 관점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6개월 내 연체를 했으므로 평가가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A씨가 원리금을 덜 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다르죠. 이런 미세한 정보를 구분하는 초단기 연체 모델을 또 만들어 내서 차주 평가시 대출 한도나 이자 측면에서 폭넓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미국발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거시경제 상황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정 이사에게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를 개별 차주에게 개인화해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도 버티는 힘이 다릅니다. 금융사들은 상황이 나빠지면 대출 승인 커트라인을 올려버리죠. 하나의 등급이 통째로 낙오됩니다. 그런데 이 중에는 분명히 괜찮은 사람이 있잖아요. 이 해답을 찾으면 선제적으로 안타까운 일들을 방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현이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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