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동참에도 갈길 먼 'RE100'…'CF100' 대안될까
삼성전자 RE100 가입 초읽기…4대그룹 모두 동참대기업 동참에도 현실적으로 RE100 불가능하다는 목소리 높아
현실적인 CF100 대안으로 부상
이유나 기자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주차타워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사진 제공=삼성전자 |
국내 대기업들이 하나둘 재생에너지 캠페인(RE100)에 가입하며, 재생에너지 사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4대그룹 중 가입하지 않은 삼성전자도 곧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연간 100기가와트시(GWh)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 대상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등의 에너지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애플을 비롯한 해외 대기업들은 대부분 RE100에 동참하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은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는다 .
■ 삼성 RE100 가입 초읽기...4대 그룹 모두 동참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RE100 관련 세부내용을 정리해 조만간 RE100 가입에 동참할 예정이다. 삼성까지 동참하면 국내 4대 그룹 모두 RE100에 가입하게 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디바이스 경험) 부회장은 독일 베를린 'IFA 2022'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천 가능하고 목표가 뚜렷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친환경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RE100에 곧 동참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했다. 앞서도 삼성전자는 국내외 협력사들에게 RE100 진척상황을 문의하는 등 동참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현재 SK그룹과 LG그룹, 현대차그룹 등은 삼성보다 먼저 RE100에 동참해 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2020년 최태원 회장의 주문에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가장 많은 계열사가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LG그룹도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이 RE100에 가입했고, LG전자도 역시 최근에 RE100에 동참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대차 그룹도 현재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의 계열사가 RE100 가입에 동참하며, 재생에너지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기업들 RE100 가입 속도...'울며 겨자먹기'논란도
4대 기업들이 앞장서 RE100 가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실 해외와 달리 국내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쓸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만큼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 붙는다.
특히 국내의 경우 풍력이나 태양광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지난 2020년 기준 6.6%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를 쓰기 위해 새로운 태양광, 풍력발전 설비를 늘려야하는만큼, 비용 역시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에서 RE100이 필수가 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고객사 요청에 RE100 가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라며 "다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점이 많은만큼, 무늬만 RE100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렇다보니 LG전자만해도 앞서 LG전자 ESG위원회가 지난해 7월에도 RE100 가입 승인을 논의했었지만, 만장일치로 반대해 부결된 바 있다. 당시 LG전자는 실행 역량 등을 이유로 가입을 연기했다.
SK하이닉스도 4대 기업 중 가장 먼저 RE100에 동참했으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59만7,398GJ(기가줄)로, 전체 전력 에너지 사용량(9,549만8,700GJ)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RE100 가입에 나설 수 밖에 없는건,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동참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RE100 가입을 하지 않으면 투자를 받지 못하거나 경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해외 고객사들은 RE100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동참을 강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 RE100 가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국내 대기업 중 28.8%가, 중견기업은 9.5%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무늬만 RE100 막으려면...CF100 대안?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재정,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용과 인프라는 물론, 전문인력도 부족한 현 상황에서 글로벌 스탠다드 RE100을 맞추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CF100(무탄소 전원 100% 사용)이 기업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RE100 캠페인처럼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수력 등으로 2050년까지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만큼, RE100을 포괄하는 CF100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CF100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발전, 연료전지 등으로 충당하자는 내용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7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62%가 RE100 대신 CF100 추진에 찬성한 상태다.
대한상의 측은 "현 시점에서의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긴 하다"면서도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