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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쓰레기 시멘트' 아니라는데...인내심 한계에 결국 법정행

-수년간 반복된 쓰레기 시멘트 논란에 국민 불안감 고조
-시멘트업계, 잘못된 정보 바로 잡고 실추된 명예 회복 위해 소 제기
신아름 기자

쌍용C&E 동해공장/사진제공=쌍용C&E

"바람 잘 날 없다" 요즘 시멘트업계가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말로 이만한 게 있을까. 치솟은 원자재 가격에 시멘트 가격 한번 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진을 다 뺐는데 친환경 논란까지 설상가상 재점화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를 수년째 옭아매고 있는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 얘기다.

쓰레기 시멘트 논란은 폐기물 재활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순환자원에서 비롯됐다. 시멘트업계는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유연탄 등 원자재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순환자원을 대안으로 택했다. 원가 부담을 덜 수 있고 폐기물을 재활용해 환경 영향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판단에서다. 100년이 넘는 유구한 시멘트 산업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국가들이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좋은 본보기였다.

환경단체들은 이 방식을 문제 삼았다. 국내 시멘트업체들이 각종 폐기물을 연료뿐 아니라 원료로 사용해 시멘트를 만들기 때문에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이 대거 검출되고 이는 매우 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시멘트에 '쓰레기 시멘트'란 오명이 붙게 된 배경이다. '주요 생활공간인 아파트가 쓰레기 시멘트로 둘러싸였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필시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매일 생명을 좀먹고 서서히 죽어간다'는 식의 논리 전개는 막힘이 없어 보인다. 동시에 자못 섬뜩하다.

시멘트업계는 이에 대해 전제부터 틀렸다고 일축한다. 폐기물이 아닌 그 어떤 원자재를 써도 시멘트 생산 공정상 유해물질은 검출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유해물질의 유무가 아닌 검출량인데 기준치를 정해놓고 철저히 관리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시멘트업계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매달 시중에서 판매 중인 시멘트를 무작위로 구입해 실시하는 유해물질 방출량 검사에서 관련 기준(200㎎/㎏)이 마련된 지난 2009년 이후로 국산 시멘트에서 검출된 6가 크롬이 기준치를 초과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이처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던 쓰레기 시멘트 논란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 사건이 결국 법정공방으로 비화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는 그동안 숱한 의혹 제기와 비난에도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괜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까 우려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의 인내심도 이젠 한계치에 다다른 모양새다.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시멘트협회는 모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기사에 대해 지난달 26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매체에는 그동안 국산 시멘트는 쓰레기 시멘트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한 환경운동가의 기사가 가감 없이 실렸다. 이를 두고 국내 시멘트업계는 자신들에 대한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보도되면서 일반 독자들에게 시멘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며 "앞으로 왜곡된 정보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과 선동으로 한번 고착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 주장과 선동이 충분한 객관성을 담보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반복됐다면 더욱 그렇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벼르던 칼을 빼든 시멘트업계가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쓰레기 시멘트의 오명은 과연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법원의 판단을 주목하는 이유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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