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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이 불편한 진짜 수리남, 모른 척이 능사일까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넷플릭스

수리남 정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문화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정작 넷플릭스와 제작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수리남' 논란은 지난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리남 알베르트 람딘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BIBIS) 장관은 이날 드라마 '수리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제작사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리남을 "마약을 거래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형편없이 묘사했다"는 이유다.

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은 민간인 사업가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비밀 작전에 협조하는 내용을 그렸다. 해당 작품에서 수리남은 폭력이 난무하고 대통령까지 마약 밀매 조직과 깊게 연루된 국가로 묘사된다. 또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마약 산업에 관련돼 있는 다인종, 다언어 국가" 등의 대사도 가감없이 나온다.

람딘 장관의 발언 이후 국내외 여론이 들끓자 외교 관계자들은 상황 수습에 나섰다.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수리남 업무 겸임)은 즉각 '수리남 한인사회 대상 안전공지'를 내고 "각자 안전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외교부는 관련 내용을 체크하며 "수리남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고 알렸다.

반면 투자사와 제작사는 '사이좋게' 몸을 사리고 있다. '수리남'은 넷플릭스가 35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한 작품으로, 영화사 월광과 퍼펙트스톰필름이 공동 제작했다. 월광은 이 작품의 연출자인 윤종빈 감독이, 퍼펙트스톰필름은 주연배우 하정우가 최초 설립한 제작사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앞서 윤 감독은 논란이 불거진 다음 날 기자와 만나 "다른 건 다 답해드릴 수 있지만,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 넷플릭스에 문의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윤 감독이 답변을 넘긴 넷플릭스 측은 논란이 불거진 후부터 4일 넘게 입을 다물고 있다. 뒤로는 어떤 수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밖으로는 "입장 정리 중"이란 스탠스를 유지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넷플릭스 이하 제작진들이 해당 건을 인지하지 못한 건 아니다. 사실 수리남 정부의 항의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수리남 정부는 '수리남' 공개 전부터 한국 외교부에 제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넷플릭스 측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고 결국 영어 타이틀을 바꾸는 선에서 서로 타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리남'의 영어 제목은 한국 제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나르코스 세인츠'(Narcos-Saints, 마약상). 윤 감독은 작품의 영제 역시 동일하게 '수리남'(Republic of Suriname)으로 가고 싶었으나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이에 윤 감독은 관계자들이 추천한 여러 가제 중 그나마 드라마 전체를 함축할 수 있는 '나르코스 세인츠'를 골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예술은 창작 및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분야지만, 처음부터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조금 더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전 세계에 콘텐츠를 동시 공개하는 만큼 특정 국가, 종교 등을 다룰 때 보다 더 세심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주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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