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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스타트업 玉石]⑤2010년 손님이 왕…2022년 '배민이 왕'

-음식점주 92%가 배달앱 '배달의민족' 사용…배달의민족 독보적 시장지배력 확보
-서비스 만족도는 최하위, 별점 중심 리뷰시스템 불만 커…음식점주 옥죄는 리뷰시스템 손봐야
신아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잇달아 단행하면서 국내외 금융투자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습니다. 당장은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성 하나로 많은 투자금을 끌어모았던 스타트업들은 투자 빙하기의 유탄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데요. 이제는 "실적으로 증명하라"는 투자자들의 깐깐한 요구 속에 돈줄이 꽉 막혀버리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기로에 선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유동성 파티가 끝나 갑자기 세상이 잿빛 어둠에 빠진 지금,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잔뜩 낀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옥석(玉石)가리기가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이를 거쳐 당면한 위기를 기회 삼아 제2의 도약에 성공하는 플랫폼 기업, 스타트업이 있다면 그 과실은 예상보다 클 수 있습니다. [플랫폼·스타트업 옥석] 기획시리즈에서 초기 호황기를 지나 혼돈기를 겪고 있는 신생 기업들의 부침을 들여다보고 예비 유니콘, 데카콘의 면모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배달의민족 로고 이미지/사진제공=배달의민족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린 요구사항을 몇 번씩 다시 전화를 걸어 요구하신 고객님은 전무후무, 유일무이합니다. 다시는 저희 매장 손님으로 뵙고 싶지 않으니 타 매장 이용 부탁드립니다.'

국내 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달어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 리뷰란을 캡쳐한 게시물의 일부다. 별점 1개로 일명 '리뷰테러'를 한 고객에게 해당 음식점주가 참다못해 남긴 장문의 댓글이었다.

이 점주에 따르면 해당 고객은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서 세 마리 주문에 해당하는 여러 조리법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하고, 빈 그릇을 직접 갖고 매장으로 찾아갈 테니 양념을 가득 부어달라고도 했다. 매장 운영 방침과 위생상의 이유로 점주가 이 주문을 앱상에서 거절하자 고객은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 동일한 요구를 반복했지만 재차 거부당했다. 고객은 일부 요구사항을 포기하고 재주문에 결국 성공했지만 이후 음식점 평가 시 별점 1개를 남겼다. 별점 5개가 만점인 평가 방식에서 별점 1개는 해당 음식점의 전체 평점을 낮추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배달앱의 리뷰평가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문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별점 기반 리뷰평가 시스템이 자칫 이들을 옥죄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어서다. 높은 별점 평균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점주는 각종 리뷰 이벤트를 남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좋은 음식점을 소비자들이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충실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당초 리뷰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만족도는 '최하위'=22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음식점 및 주점사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달앱은 배달의민족(92%)이다. 배달앱을 활용하는 사업체 열에 아홉은 배달의민족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배달의민족은 매출액 발생 기준으로도 74.7%를 기록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1년 배민 설립 이후 만 11년이 지나는 동안의 변화다.

이처럼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이 갖는 영향력이 절대이지만 만족도 면에서 배달의민족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배달앱 만족도 조사 결과 1위는 요기요로 3.42점을 기록했고 이어 공공배달앱(3.33점), 쿠팡이츠(3.26점) 순이었다. 배달의민족은 3.04점으로 꼴등이었다.

리뷰의 객관성 등 고객관리면에서도 배달의민족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요기요, 쿠팡이츠, 공공배달앱이 모두 3점대 점수를 받은 데 반해 배달의민족은 2.93점에 그쳤다. 특히, 배달앱을 활용하는 사업체 중 70.3%는 리뷰를 관리하고 있지만 별점 리뷰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2.5점으로 낮았다. 음식점주들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별점 리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리뷰테러 등 악성리뷰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음식점주들도 78%나 됐다. 피해 유형은 '소비자의 잘못을 음식점의 실수로 전가'(79%), '이유 없는 부정적인 평가'(71.7%), '리뷰를 담보로 하는 무리한 서비스 요구'(59.7%)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는 "배달앱에 입점한 음식점주들은 고객이 남기는 별점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한 고객이 악의적으로 별점 1개의 리뷰를 남기면 그날 장사는 그걸로 끝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님=왕' 공식에 의문, 소상공인·자영업자 옥죄는 '별점' 바꿔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들이 운영 중인 별점 중심의 리뷰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식점주들과 소비자들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리뷰평가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

이를 위해 사업장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뷰의 경우 리뷰 게시 전 사업주 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쁜 리뷰가 달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음식점주의 얘기도 충분히 듣고 판단하자는 취지다. 신규 사업장의 경우 경쟁업체가 의도적으로 악성리뷰를 달면 타격이 걷잡을 수 없고, 바쁜 영업시간에 악성리뷰를 없애기 위해 해당 배달앱 운영 업체에 서면으로 신청서를 보내는 것 자체가 크나큰 낭비다. 영업 차질도 감수해야한다.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음식점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 받은 후 작성하는 리뷰의 경우, 사전에 해당 내용에 대해 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내돈내산'(자신의 돈으로 직접 구매) 리뷰가 아닌 이벤트성 리뷰에 대한 신뢰도를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가를 받고 리뷰 광고를 작업해주는 일부 업체들에 대한 배달앱 운영 회사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시급하다.

궁극적으로는 리뷰평가 시스템의 별점 제도를 폐지하고 해당 사업장의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별점 1개의 악성 리뷰 하나가 해당 사업장의 하루 영업을 망치는 일이 빈번하고 리뷰 이벤트 등으로 평균 별점이 4.9가 아닌 사업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별점의 순기능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이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 현행 배달 플랫폼의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중기부가 배달앱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상생협의 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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