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온기 가득한 출발

사진 제공=뉴스1

따뜻하고 아름답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가 부산을 온기로 가득 채웠다.

5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영화 '바람의 향기' 기자시사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하디 모하게흐 감독, 레자 모하게흐 프로듀서와 모더레이터로 나선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람의 향기'는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전신 마비 아들을 간호하는 하반신 장애를 지닌 남자의 집에 전력이 끊기면서 시작된다. 남자의 연락을 받고 이들 부자를 찾은 전력 담당자는 교체 부품을 찾기 위해 여러 마을을 다니고 그 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도움을 주고받는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세상의 고됨을 이겨내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앞서 자신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아야즈의 통곡'(2015)을 통해 부산을 방문, 뉴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이 느끼는 기억과 추억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에 다시 왔을 때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더욱이 깨끗한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라 기쁘다"며 "오게 돼서 행복하고 계속 이런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목은 영화의 정체성이다. 이란 제목은 아무것도 없는, 아주 마른 땅을 의미한다. 인간의 중요성은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쳐 숨을 쉬지 않게 돼도 계속 살아가야 하므로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며 "전 이 영화를 창조했다기보다 옆에 존재했다. 그냥 저에게 주어진 삶을 살았다. 제가 좋은 사람이라면 저에게 좋은 것이 오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다. 그래서 늘 열려있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또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저희 삶에는 사회적, 정신적 등 여러 장애가 있다. 장애를 만났을 때 사람의 반응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게 주제였다. 그동안 전 받는 걸 기대하지 않고 많은 걸 주는 사람을 봐왔다. 이것이 논리적이진 않지만, 인간은 그렇게 한다"며 "영화 속 주인공의 선행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라도 휴머니티가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영화는 인간을 말해야 하고, 어떤 나라에도 통하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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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돋보였던 촬영지, 이란의 남서부에 위치한 데다쉬트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데다쉬트의 경치를 보면 역사적 아픔이 느껴져서 슬프면서도 기쁨이 느껴진다"며 "경제적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이 데다쉬트를 떠나가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저도 그 장소를, 그 장소도 저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이 스토리에 대한 다른 해석을 주는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 영화의 연출자인 동시에 주연 배우로도 활약했다. 극중 전력 담당자를 연기한 그는 "이런 유형의 연기는 전문 배우가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연기해야 했고, 대사가 거의 없고 침묵의 순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은 배우를 보고 많은 걸 느낄 수 있어야 해서 저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사실 저도 제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왜?'라고 물어봤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항상 예술 영화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게 균형을 줬다. 특히 이란 영화 산업의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제작자, 감독 등 이란의 영화 관계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너무 좋아하고 언제나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애정을 표했다.



부산=장주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