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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매뉴얼…카카오뱅크, '피싱' 고객에 나 몰라라?

모르는 돈 입금되고 모든 거래계좌 정지
"정지 풀려면 돈 줘라" 신종 피싱 수법
카뱅 대응 도마 위…"도울 방법 없다"
임지희 기자

사진=카카오뱅크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고객을 두 번 울리는 카카오뱅크의 '나 몰라라'식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이스피싱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등 미흡한 대처로 2차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르는 이름으로 통장에 15만원이 입금되면서 자신이 이용하는 모든 금융계좌가 거래가 정지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갑자기 카카오뱅크 계좌에 입금자명 'HE942'로 15만원이 입금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돈을 받은 계좌와 자신 명의의 모든 계좌가 지급 정지됐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융기관은 보이스피싱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면 즉시 지급정지 조치를 하게 된다.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여럿 발견됐다. 다른 커뮤니티에도 같은 입금자명으로 15만원이 입금된 뒤 4시간 만에 계좌가 정지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에 입금자명을 검색해 연락을 취했더니 계좌를 풀어주는 대신 신상정보와 150만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현금을 일부러 입금해 계좌가 정지되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다. 글을 남기지 않은 이들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미온적 대응이다. 계좌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자 곧바로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에 피해구제 방법과 이의제기 등을 문의했지만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센터는 "현재 모르는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고 하니 이의제기 신청 대상자가 아니다"라며 "안타깝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피해자 측에서 서면으로 신고확인서를 제출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뿐"이라고 답했다.

통상 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피해구제 방법을 알려주는 등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무용지물인 셈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찰서에 사건 사실 확인원을 보내고 피해구제 신청법과 이의제기 관련한 안내를 하는 것이 매뉴얼"이라며 "자신의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거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받거나 그 밖의 정당한 권원에 의해 취득한 것임을 객관적으로 소명할 경우에는 이의제기가 가능하다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뒤늦게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했다.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뱅 관계자는 "사기 의심 신고의 경우 금융사기 대응팀에서 대응 매뉴얼에 따라 수사기관 안내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개를 하지만 해당 건에 대해서는 안내가 미흡했다"며 "이후 당행 중개로 신고자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에 대해 취소 처리를 진행한 뒤 입금액까지 반환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은행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메신저피싱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2020년 373억원에서 지난해 991억원으로 165.7%(618억원) 급증했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에서 메신저피싱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5.9%에서 58.9%로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만 41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피해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임지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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