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미분양"…시장 침체에 분양 미루는 건설사들
이안기 기자
[앵커멘트]
원자재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속에서 집값이 하락을 면치 못하자 청약시장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미분양 아파트가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3만가구를 넘어서자 건설업계가 하염없이 분양일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안기 기자입니다.
[기사내용]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 사업지.
철거 작업을 끝내고 착공 신고를 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공사현장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분양 일정은 올해 3월에서 내년까지로 미뤘습니다.
기대수익이 줄어들게 뻔하니 분양가를 무작정 낮춰 분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늘어난 공사비용도 착공과 분양을 미루는 요인입니다.
[ 건설사 관계자 : 지금처럼 부동산 값이 떨어지면 분양을 해도 제 값을 못 받으니까. 한 2~3년 뒤에는 경기가 괜찮아지겠지 예상을 하고 차라리 그때 분양을 하자…]
지난달 전국에 71개 아파트 단지에서 4만7105가구가 분양예정이었으나,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24개 단지 1만8589가구에 그쳤습니다.
미분양 위험에서 그나마 자유롭다는 서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7363가구. 당초 4만8589가구가 분양 예정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연간 계획분의 15% 밖에 공급이 안 된 겁니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합이 먼저 분양연기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 : 분상제 적용받아서 어려움이 있으니까 지금 (분양을) 못하는 것 뿐이지... 정책발표를 했어도 재건축 단지에는 효율 있는 정책은 아니었다고 판단이 되거든요.]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의 리스크를 감안할때 적정 분양가를 산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 윤지해 /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 도심 쪽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는 것들이 미달될 확률은 높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곳들에 사업지를 가지고 있으면 분양에 따른 사업 리스크가 커져있는 국면이다 보니 일단 움츠러드는 거라고 보시면 돼죠.]
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아 대규모 분양 연기에 따른 실적 악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안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