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키런 킹덤' 흥행 후 이미 시작된 데브시스터즈 구조조정...이유는?
계열 분리로 개발조직 모두 자회사 분사...개별 조직 성패 따라 명암 엇갈려서정근 기자
데브시스터즈의 간판게임 '쿠키런: 킹덤' |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킹덤'의 흥행으로 기사회생한 2021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쿠키런' 매출 감소로 고난의 행군을 거듭하던 시절에도 20개에 육박하는 계열사들을 유지해 왔는데, '쿠키런: 킹덤' 흥행으로 반등에 성공하자 부실 자회사 폐업, 자회사간 합병, 사업 정리를 이어가며 '집안 단속'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최근 일부 사업을 정리하면서 해당 사업 소속 직원들을 '당일해고'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는데, 최근 싸늘해진 업종 분위기와 맞물려 이목을 모으는 양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2021년 1분기부터 계열사 정리 작업에 돌입했다. 자회사 오름랩스와 루미큐브 보유 지분을 매각해 계열사에서 제외했고 메이커스게임즈, 젤리팝스튜디오, 데브시스터즈 마스 등 3개사는 그룹 내 다른 자회사와 합병됐다.
자회사 데브시스터즈데코플레이의 지분은 지난해 2분기 중 케이에스에너지에 매각됐다. 데브시스터즈데코플레이는 소셜게임 '파티파티데코플레이'를 개발해 모회사 데브시스터즈를 통해 서비스했으나 흥행에 실패한 곳이다. '파티파티데코플레이'는 지난해 3월말로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당시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데브시스터즈데코플레이의 지분 매각을 두고 "법인 등록이 필요한 외부 타회사에 단순 양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데브시스터즈데코플레이가 진행하던 게임사업과 관련 인력은 정리 수순을 밟은 것이다.
자회사 쿠키런키즈를 통해 진행하던 키즈 콘텐츠 사업은 지난해 4분기 중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키런키즈는 '쿠키런' IP(지식재산권) 기반으로 음악·애니메이션·앱·토이 등 놀이 기반 콘텐츠 사업을 전개해왔다.
이 회사의 구조조정이 세간의 이목을 모은 것은 지난 30일 자회사 마이쿠키런 직원 일부에게 해고 통보가 이뤄지면서부터다. 마이쿠키런은 '쿠키런' IP 기반의 오리지널 웹툰과 굿즈 등을 판매하는 팬 플랫폼 사업을 전개해왔다.
해당 법인 소속 직원 중 해고 대상이 된 이들에게 이날 오후 1시경 통보가 이뤄졌고, 통보를 받은 해당 직원들의 슬랙계정이 오후 5시 40분경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대상이 된 이들은 40여명 가령으로 알려졌다.
관련 소식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우량한 회사였던 데브시스터즈가 미국식 해고를 단행한 것이 놀랍다" "당일 통보라니, 노동법 위반 여지는 없나" 등의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데브시스터즈는 "해고가 이뤄졌다고 세간에 알려진 당일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은 없다"며 "계열사 내 다른 조직으로 이전하는 방법 등의 안내가 이뤄졌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으나, 당일 정리대상으로 통보받은 이들에겐 3개월치 급여가 제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인의 적자가 지속됐고, 문서상으로는 해고 대상이 된 이들의 '호적정리'까지 시일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정법 위반 여지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전례를 감안하면 데브시스터즈 계열 내 다른 법인으로 이전할 기회를 얻는 사람이 일부 나올 순 있으나 그 수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데브시스터즈는 2010년 6월 컴투스의 지분투자를 받아 그 해 12월 '오븐 브레이크'를 선보이며 시장에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오븐 브레이크'를 카카오톡 플랫폼용 게임으로 개편한 '쿠키런 for kakao'를 2013년 4월에 선보였고, 이 게임의 흥행으로 스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14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5년 5월 투자전문 자회사 데브시스터즈 벤처스를 설립했고, 지분투자 혹은 신규 설립을 통해 계열사를 늘려나갔다. '쿠키런'의 매출이 감소해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 후에는 개발진들을 프로젝트 단위로 분사시켰다. 이 회사의 대표작인 '쿠키런'은 자회사 (주)쿠키런이, 주력게임 '쿠키런 킹덤'은 (주)스튜디오킹덤이 개발했다.
데브시스터즈 본사는 자회사들이 만드는 게임의 서비스와 그룹 전반의 HR, 투자집행등을 맡고 있다. 본사에 개발 조직을 전혀 두지 않고 사업과 투자에만 주력한다는 점에서 넷마블과 유사한 구조다.
이같은 구조는 이 회사가 연속 적자로 한 때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본사 기준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대상 종목이 되고, 5년 연속 적자를 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연결기준으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으나, 본사 기준으로는 2019년 흑자전환하며 관리대상 종목 지정을 면한 바 있다.
데브시스터즈가 '정비'에 나섰던 2021년 1분기는 '쿠키런: 킹덤'의 흥행으로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시기다. 계열 전반의 조직 정비가 필요했던 시기로, 해당 게임 흥행으로 계열 내 스튜디오들이 사업을 영위할 시간을 벌었던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구조조정 행보가 보다 가팔라진 양상인데, 이는 '쿠키런: 킹덤'의 매출 하향과 신규 흥행작 배출 지연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