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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K기업 똗(좋아요)' …베트남 고용시장에 부는 한류

베트남에 K팝, K푸드, K뷰티 이어 K기업 취업 열풍
높은 임금과 복지 등 양질의 일자리 제공 영향 …한국기업 취업하려 한국어 열공
숙련 근로자 이직과 정치적 기류 변화 대응 고민도
김주영 기자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한국 음식 떡볶이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주영 기자



최근 베트남 호찌민을 찾은 기자는 곳곳에 녹아든 한류를 실감했습니다.

편의점에 가니 분식집용 사각 철판에 떡볶이를 조리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호찌민 내 한국 식당 직원은 "제육볶음, 굴비정식을 먹으러 오는 베트남인들이 많다"며 "가격이 분짜(쌀국수의 한 종류)의 5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외식 메뉴로 한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화장품 가게에선 걸그룹 블랙핑크의 '뚜두뚜두(DDU-DU DDU-DU)' 노래가 흘러나왔고 '제니 화장법'을 소개하는 포스터도 눈에 띄었습니다.

베트남인들이 K푸드와 K팝, K뷰티에 열광하는 가운데 현지 고용시장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 대학에 취업 설명회를 가면 수 천 명, 수 만 명이 몰려 정보를 하나라도 더 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며 "베트남 청년층 사이에서 한국 기업의 입사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베트남 정부가 한국어를 제 1외국어로 지정한 가운데 한국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한 베트남인은 "한국 기업 관리직의 경우 베트남 기업보다 월급을 3배 가량 받을 수 있다"며 "영어보다 한국어가 취업 보증수표로 여겨지면서 대학 한국어학과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고용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는 건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서입니다. 양국이 수교 31년을 맞은 가운데 지금까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9000여 곳이 넘는데 대부분 베트남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호찌민 인근 동나이성에 위치한 H기업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빈(Vinh) 씨는 "14년째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데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급여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점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빈 씨는 "직원들 대부분이 사업장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출퇴근 문제가 큰 고민"이라며 "회사에선 냉장고와 TV를 갖춘 기숙사를 제공하고 매일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는 등 편의를 신경써줘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 빈증성에 위치한 K기업에 근무하는 베트남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사회가 힘들었을 때 회사에서 자치구에 제일 먼저 기부를 하고, 이태원 사고로 베트남인이 희생됐을 때도 도움을 준 점이 인상깊었다"며 "유교 문화가 강한 베트남의 정서를 잘 이해해주는 점도 한국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은 해상 물류가 원활한 데다 노동 인구가 많고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이어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세제, 인프라 지원을 해주는 점도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한 이유입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고민거리도 있습니다.

베트남 진출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워낙 많다 보니 경력을 쌓은 뒤 한층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한국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영업전략 등 보안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숙련 근로자가 퇴사하면 손실이 큰 만큼 최근 들어 장기 근속자에 대한 포상 등 로열티를 강화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의 한 한국기업 사무실에는 게시판에 새해 목표 중 하나로 직원들의 장기근무 유도화와 사원 정서관리가 기재돼 있었습니다.

기업들은 베트남의 정치적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베트남 경제개혁을 이끈 친시장, 친서방파 권력자 응우옌 쑤언 푹 주석이 뇌물 스캔들에 얽히면서 1월 사임했습니다. 또 베트남은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 국방)과 총리,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누는 구조인데 최근 서기장이 중국과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푹 주석은 한국 기업 사이에서 '친한파'로 분류될 만큼 한국 기업에 우호적이었다"며 "베트남에 신규 투자 등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5월 새로운 주석 선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일자리 확대를 넘어 구성원 관리에 초첨을 맞추는 한편 현지 정치적 기류 변화가 한국의 경제,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주시하며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주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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