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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훈풍 불지만 역풍 우려도…은행 '옥석가리기' 딜레마

올 들어 채권시장 안정세 불구 불안요인 상존
기업대출 증가세 지속 전망…"옥석가리기 관건"
조정현 기자

정부가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강조하면서 채권시장 및 기업대출에 미칠 파급효과에 금융권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자금난 해소를 위한 주요 공공기관의 공사채 발행을 자극, 채권시장 수급 불안과 금리 상승을 야기하면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급전을 구하려는 기업이 은행 창구로 몰리는 '돈맥경화'를 예방하려면 현재 채권시장 안정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가 관건이다.

■채권시장 '구축효과' 우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회사채 발행액이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6879억원에 그쳤던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1월 4조 6971억원으로 급증했고 이달 들어서도 22일 기준으로 3조 68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비교적 단기에 진화된 데다 최근 금리 안정 기대감도 겹친 영향이다.

올들어 회사채 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순조롭게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채(AA-)와 국고채(3년물) 간 금리 격차인 신용 스프레드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다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올해 20조원으로 예상되는 한전채 발행이 부담이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공공요금부터 동결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운영자금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사채 발행 증가로 이어져 채권시장에 물량 압박을 가중시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시장 유동성이 좋은 상태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며 "공사채, 한전채 등의 구축 효과로 인해 민간 회사채 발행이 일정 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문턱↑…중기 대출은 인하 압박
만기된 채권을 갚기 위해 발행하는 차환 물량도 부담이다.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사태 초기 당시 저금리로 대거 발행됐던 회사채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산은조사월보 2023년 기업금융시장 전망을 보면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131조 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조원 가량 확대된다.

채권 발행이 늘어 수급 불균형이 생기면 채권금리가 올라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3년 동안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 과거 초저금리 당시와 비교할 경우 조달금리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기업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상 '자제령' 등의 영향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옥석 가리기'가 여의치 않아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결국 올해도 은행 창구를 두드리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은행 기업대출은 전월보다 7조 9000억원 증가한 1178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이 4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경기둔화 경고음이 나오는 시점에서 대출 급증은 연체율 증가세를 낳을 수 있다.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4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28%로 집계돼 3분기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며 "대출 수요 성장세는 은행 입장에서 반길 일이지만 일관된 성장 정책을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정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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