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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엔씨 대기발령조직 부당 권고사직 종용 있었나...논란 점화

노조 "데브팀 합류 후 일정 기한 이내 사내 재배치 실패하면 권고사직 수락 문서 서명 요구했다"
사측 "사내 재배치 불가시 회사 떠나라 요구하거나 관련 문서 제공치 않았다"
서정근 기자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엔씨소프트에서 프로젝트 중단으로 보직을 잃은 직원들이 대기발령 상태로 전환할 경우 '일정 기한 내 사내 다른 조직으로 재배치 받지 못하면 권고사직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서에 서명하게 하고, 기한 내에 보직을 찾지 못한 직원에겐 게임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인사·총무 파트의 일을 맡을 것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실적으로 사내 직무 재배치가 쉽지 않은데, 이같은 '관리' 하에서 압박감과 때론 모멸감을 느낀 직원들이 권고 사직 프로그램을 수락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이다.

관련해 엔씨소프트는 "사직을 종용해서도 안되지만 그러한 사실도 없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내 재배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럼에도 재배치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가능한 대안을 안내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입장차로 인해 오해가 불거진 것으로 파악된다"는 입장이다.

13일 엔씨소프트 노동조합 '우주정복' 송가람 지회장은 "보직을 잃고 데브 서포트팀(이하 데브팀)에 배치되는 직원들에게 HR팀이 'X개월 내에 사내 재배치가 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난다(권고사직 프로그램을 받아들인다)'는 취지의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송가람 지회장은 "데브팀에 배치되는 직원 전원이 이같은 문서 서명을 요구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제한 후 "해당 문서가 물론 법적인 구속력은 없겠지만, 사측이 해당 문서의 구속력 여부와 서명하지 않아도 무관하다는 사실 등을 개별 직원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데브팀은 엔씨소프트에서 보직을 맡지 못하고 있는 상태의 직원들이 사내에서 새로운 보직을 찾을 때 까지 머무는 대기 발령소다. 넥슨의 리저브팀, 크래프톤의 챌린저스실과 유사한 개념이다. 현재 데브팀에 소속된 엔씨 직원은 십여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업 업무를 떠나 데브팀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도 기존 급여를 동일하게 지급받는다.

송 지회장은 "일정한 기한 내에 사내 다른 개발팀에 재배치 받지 못한 직원들에겐 회사 측이 인사 총무 파트의 일을 맡을 것을 제안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면 게임 제작과 서비스 등 게임 본연의 업무가 아닌 회사 운영과 시설 관리에 해당하는 인사 총무 업무를 맡게 된다"며 "이를 수락해 HR팀에 소속돼 업무를 맡은 극소수 사례도 있으나 대개 이같은 지경까지 내몰리면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현실적으로 데브팀에서 다른 개발팀으로 전환 배치되는 것은 엔씨소프트에 소속되지 않은 외부인이 경력채용을 통해 입사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허들이 적용된다"며 "심지어 사내 실패 이력에 대한 낙인과 TO 문제로 외부 채용보다 데브팀의 사내 이적이 더 어렵다고 볼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데브팀은 엔씨의 게임이 흥행실패로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신규 제작 게임 스튜디오가 만들던 게임이 출시 전 사내 허들 심사를 넘지 못해 제작이 중단될 경우 해당 팀에 소속된 개발자들이 계속 존속하는 다른 개발 팀이나 기타 게임 관련 유관 업무로 전직할 때까지 머무르는 대기발령 조직이다.

'아이온2와 같이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해당 팀이 제작리더십을 교체하고 다시 게임 개발에 임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팀이 해체되고 개발자들은 데브팀에 입단해야 하는데, 입단 과정에서 노동자 입장에선 독소조항이 있는 문서에 서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론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못해도 인력수요가 있는 라이브게임 혹은 신규 개발 게임에 데브팀 직원들이 파견 형태로 임시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송가람 지회장의 주장 전체를 부정하진 않았으나 개별 쟁점별로는 오해와 입장차에서 불거진 사례라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사내재배치가 불가할 경우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제안을 하거나 관련 문서자체를 데브팀에 몸담게 된 직원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내 구직활동을 했으나 장기간 사내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회사 밖에서 구직 활동을 하기로 결정하실 경우 새출발을 돕기 위해, 회사가 수개월 분의 급여를 추가 지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으나 직원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속 재직한다"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직원분들의 입장에선 회사 측의 의도와 달리 느끼실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정 기간 이내 사내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인사 총무 영역으로 '전직'을 강요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현재 사내 채용 시스템상 기존 각 조직이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원하는 인재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이를 무시하고 회사 측이 직권으로 인력을 할당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며 "충분한 시간이 지나도 사내 재배치가 되지 않고 외부 이직도 쉽지 않을 경우, 보직을 불문하고 회사 내에서 고용이 보장되는게 가장 중요한 분도 있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본인 동의하에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다"고 답했다.

해당 직원의 업무 커리어를 감안했을 때 인사·총무 파트 외의 다른 파트에서 자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만 이를 제안한다는 것이다.

게임업종에서 대기발령소 개념의 조직은 중견급 이상 게임사들 대부분이 운영하고 있다. 이중 일정 기간 이내에 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사측이 임의로 해당 개발자들을 개발 현업에 직권 재배치하는 곳은 넥슨이 유일하다. 탄탄한 실적과 이정헌 대표, 김정욱 부사장 등 최고위 경영진들의 '선의'로 인해 가능했던 일이다.

크래프톤도 한 때 챌린저실에 입실하는 개발자는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일정 기한이 지나면 급여를 차감해서 지급한 바 있다. 김창한 대표가 취임한 후 관련 제도를 혁신해 정규직 신분과 기존 급여를 온전히 보장하고 챌린저실 내에서 신규 개발에 임할 기회가 보장되는 체제로 바뀌었다.

엔씨소프트 데브팀의 경우 관련한 진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 설립을 계기로 관련 정책과 관행 중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는지, 보다 투명한 정책 확립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지를 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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