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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의 0과 1]28㎓ 주파수, 정책실패라고만 볼 것 아니다

세계 최초 상용화의 어려움 있어
실패 비난하면 과감한 도전정신 사라져
김용주 기자




SK텔레콤의 28㎓ 주파수 반납이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마감 기한인 5월 말까지 기지국 1만5000개를 새로 깔아야 하는데, 한 달 닷새 만에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연말부터 28㎓ 기지국을 신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사실상 이 대역을 포기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5개월 유예 통고를 받았던 SK텔레콤마저 손을 놓으면서 이동통신3사 모두 28㎓ 주파수 상용화에 실패했습니다. 일부 지하철 와이파이 용도로 쓰이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제대로 써먹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를 유치해서라도 28㎓ 주파수를 살려보려고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광대역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짧은 거리밖에 도달하지 못해 많은 기지국을 건설해야 하는 주파수 특성 자체가 진입장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긴 통신 전문가인 이통사마저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니, 일반 기업이 이것을 해내기란 처음부터 무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정부의 '정책실패'입니다. 5G 상용화 당시 이통사가 28㎓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승인하고 지휘 감독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와 비슷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28㎓ 주파수에 대해 누군가의 책임을 묻는 건 지나친 것 같습니다. 책임 소재를 굳이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와 이통사 공동 책임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굳이 책임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5G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기 때문입니다. 선례가 전혀 없었고, 그 당시에는 미래가 불확실해 누구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실패 위험을 떠안지 않으면 첫발을 내딛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지금 28㎓ 주파수 정책실패를 논한다면 앞으로 정부 당국과 이통사는 새로운 시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통신은 우리가 세계를 이끄는 몇 안 되는 분야인데, 이런 영광마저 사라질지 모릅니다.

벌써 6G에서 우리가 뒤처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동통신의 영역을 하늘 높은 곳까지 확장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가 뒤진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실패보다는 '과감한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앞서간다는 것은 그처럼 무거운 일인 듯 합니다.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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