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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의 0과 1]단통법 폐지가 능사인가

자급제 활성화 방안 찾아야
김용주 기자




정부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려고 한다는 말은 과장된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취재를 종합하면 통신시장 경쟁촉진 TF에서 '단통법도 한 번 재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정도의 발언이 나왔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한 번 검토해보자'는 정도의 말이 오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단통법을 폐지하고 싶어하는 쪽은 통신사겠지요. 단통법 덕분에 통신사가 마케팅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용 지출 측면에서는 별로 득이 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요금을 동등하게 할인해줘야 하는 '선택약정'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선택약정이 없다면, 통신사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잔뜩 주면서 '경쟁을 한다'고 생색을 낼 수 있습니다. 사실은 지출을 줄이면서 말이죠.


◇이통시장 포화…보조금 경쟁 무의미

애초에 보조금 경쟁이란 건 환상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고,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뺏기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성장은 없고 제자리 걸음만 할 테지요. 단통법이 도입되던 2014년을 돌아보면 상황이 다릅니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대결, 그리고 4세대 이동통신(LTE)의 등장으로 달아오르던 이동통신 시장은 마침내 2013년 폭발합니다. 가입자 유치 전쟁이 극에 달한 것이죠. 이동통신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던 때이니 이런 일이 가능했겠죠. 휴대전화 가격 인하는 더욱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애플과 삼성 둘뿐인데 어떻게 가격이 인하되겠습니까. 느닷없이 두 제조사가 휴대전화를 사라고 보조금을 뿌릴 일은 더욱 없겠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통신사 쪽이든 제조사 쪽이든, 지금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해도 보조금 경쟁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통법의 장점을 살리는 게 어떨까요. 단통법은 몇 가지 장점을 가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선택약정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보조금을 안 받은 사람에게는 무려 요금을 25%나 할인해줍니다.

단통법 폐지가 효과를 보려면 이통사가 25% 요금 할인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텐데,이렇게 큰 금액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선택약정 시 6만원짜리 요금제라고 하면 매달 1만5000원씩 연간 18만원, 2년 간 36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통사는 고가요금제를 가입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이렇게 많은 보조금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택약정은 살리고 단통법만 없애는 방법은 없습니다. 선택약정은 단통법의 '지원금 차별 금지'조항에 근거를 둔 제도인데,법적 근거가 사라지면 제도 역시 자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법적 근거 없이 정부가 밀어붙이는 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겠지요.


◇자급제 활성화, 통신비 절감 현실적 대안

선택약정이 가져온 연쇄효과가 자급제 활성화입니다.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통사가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것은 오랜 문제거리였습니다. 이통사가 보조금을 무기로 사실상 휴대전화 유통을 독점하면서 불필요하게 비싼 요금제를 쓰게 하는 '전국민 통신 과소비'를 부추긴 측면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자급제는 바로 이통사와 휴대전화의 연결고리를 끊는 역할을 합니다. 자급제 하에서 소비자는 온라인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전자제품처럼 휴대전화를 산 다음 통신사에서 마음대로 요금제를 고를 수 있습니다.

자급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볼까요? 물론 제값 다 주고 휴대전화를 사야할 때도 있지만,운이 좋으면 할인행사나 카드제휴할인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습니다.이렇게 구입한 휴대전화를 가지고 선택약정에 가입하면 요금의 25%를 할인받고, 이통사 홈페이지 다이렉트 상품에 가입하면 30%, 알뜰폰에 가입하면 40%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어떻게 휴대전화 가격을 낮출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통사를 거의 '절대 악'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계통신비에서 휴대전화 제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때가 많아 보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지난 10여년 간 통신요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통사 가입자당매출(ARPU) 통계를 봐도 그렇고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봐도 그렇습니다.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13년 13만1000원, 2022년 12만8000원이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통신비가 비싸다고 느끼신다면 비싼 휴대전화를 사서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니면 휴대폰 소액결제를 많이 사용하셨는지도 모릅니다. 글쎄요, 제조사가 스스로 휴대전화 가격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저렴한 모델을 많이 사용하든지, 중고폰을 활성화하든지 무슨 수를 내야겠습니다.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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