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여의도시네마] '인어공주' 산산조각난 모두의 판타지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인어공주'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관객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전체적인 만듦새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디즈니 실사 영화 중 최악"이란 평까지 나온다.

지난 24일 개봉한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1989년 공개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인간 세상을 동경하던 에리얼(할리 베일리)이 우연히 조난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워킹)를 구해 주며 사랑에 빠지고 한 차례 위기를 겪은 후 인간이 된다는 스토리. 그간의 디즈니 실사 영화가 그랬듯 '인어공주' 역시 큰 틀에서 원작 서사를 재현한다.

물론 '현대적 해석'이란 이름 아래 크고 작은 변주도 더하긴 했다. 문제는 그 모든 변화의 기저에 기계적인 의무감이 깔려 있다는 데 있다. 원작이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를 완전히 오독(혹은 외면)하며 애니메이션 특유의 매력을 훼손했다. 인종의 다양성이나 여성 캐릭터 진화를 모색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엔 의욕이 너무 앞선 모양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어공주 캐릭터에 있다. 앞서 디즈니는 "공주가 꼭 백인일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며 에리얼 역으로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다. 당시 원작 팬들은 미스 캐스팅을 외치며 '디즈니의 무리한 캐스팅'이라고 지적했고, 이는 곧 '블랙워싱'(blackwashing,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무조건 흑인을 캐스팅하는 세태를 꼬집는 말) 논란으로 이어졌다.

영화가 개봉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인어공주' 속 에리얼은 그간 우리가 봐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긴 머리는 레게 스타일로 땋았고 피부와 눈동자는 짙은 갈색으로 바뀌었다. 30년 넘게 간직해 온 에리얼 이미지의 대척점에 있으니 몰입도가 깨지는 건 당연한 수순. 작품의 맥락에 있어 캐릭터의 외면(外面) 등 시각적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만 이 문제를 인종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앞서 마블 역시 폴리네시안, 흑인 히어로를 내세우는 시도를 했지만, 지금처럼 큰 논란을 야기하진 않았다. 인어공주가 흑인이라서가 아니라, 인어공주에 할리 베일리란 배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호언장담했던 연기력도 그리 놀랍지 않다. 가창 실력이야 뛰어나다만, 꼭 할리 베일리여야 할 이유까지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영화를 보다 보면 제작진이 다문화 존중, 크게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 강박에 사로잡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점을 찍는 건 극 말미다. 에릭과 모험을 떠나는 에리얼을 환송하는 장면에서 흑백, 라틴, 동양인 등 다인종 인어가 한꺼번에 등장하는데 지나치게 의도적이고 작위적이다.

디즈니의 의무감은 에리얼의 역할 변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육지와 바다 왕국 사이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영화 속 에리얼은 원작 대비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울슐라(멜리사 맥카시)를 처단하는 것 역시 에릭에서 에리얼의 몫으로 넘겼다. '공주는 왕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사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메시지 전달이란 막중한 임무에 집착하다 보니 웃음도 잦아들었다. 특히 원작에서 코미디를 담당(?)하던 왕실의 집사장인 붉은 게 세바스찬 표 개그가 현저하게 줄면서 애니메이션의 잔재미가 사라졌다. 실사화 과정을 거치며 겁 많은 물고기 플라운더 특유의 귀여움이 반감됐다는 것도 악수가 됐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 있을법하다" "횟감 물고기 같다"는 반응이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디즈니의 선택과 방향이 틀렸다는 건 실 관람객 평이 증명한다. 개봉 나흘째인 27일 오전 8시10분 기준 '인어공주'의 CGV 골든에그지수는 75%(100% 만점)까지 떨어졌다. 경쟁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98%),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94%) 등과 비교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타 사이트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시네마에서는 8.1점(이하 10점 만점), 메가박스에선 7.3점을 기록했고, 네이버에선 6.78점을 받았다.

쏟아지는 혹평 속 관객도 급감하고 있다. '인어공주'는 개봉 첫날인 24일 4만5931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지만, 이조차 1일 천하로 끝났다. 개봉 이틀 만에 관객수가 반토막나며 박스오피스 3위로 내려앉은 것. 현재까지 누적관객수는 11만4643명이다.

장주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