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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①'천송이 코트'의 추억…핀테크가 촉발시킨 '디레귤레이션'

'천송이 코트' 규제완화, 핀테크 발전 전환점

2010년대 중반부터 금융권에서도 뒤늦게나마 디지털 전환 혁명이 시작됐다. 핀테크가 변화를 선도했고 이후 등장한 오픈뱅킹과 블록체인, 인공지능은 금융서비스를 고도화시켜 기존 금융업 판도까지 바꿀 촉매제로 자리매김했다. 머니투데이방송은 NH농협은행에서 디지털R&D센터장을 역임한 김봉규 지크립토 연구소장의 연재 칼럼을 통해 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업의 발자취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김봉규 소장은 농협은행 재직 당시 오픈뱅킹의 전신 격인 오픈API를 국내 최초로 기획했으며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접목했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기업 지크립토에서 웹3.0 시대에 대응할 미래금융 솔루션의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김봉규 지크립토 연구소장(전무/공학박사)
우리나라에서 핀테크 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공중파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입었던 코트를 2014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언급해 화제가 된 사건이다. 중국 팬들이 한국 쇼핑몰 사이트에서 천송이코트를 구매하려 했으나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입하지 못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몇달 후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온라인에서 30만원 이상인 경우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했다.

그렇다면 왜 이 사건이 핀테크의 상징적 사건으로 인식될까? 2014년 이맘때 해외에서는 이미 핀테크 기업들이 탄생해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연구가 한창일 때였다. 당시 금융권에서도 각 은행별로 핀테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했으나 본질적인 대응보다는 테크기업과의 협업 서비스 모델을 핀테크로 포장해 경쟁적으로 홍보하는 형식적인 대응 수준이었다.

그런데 '천송이 코트'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트리거' 역할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공인인증서 제도가 전자상거래 시장확산을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이슈로 떠올랐고 이때부터 금융산업에서 규제완화(Deregulation·디레귤레이션)는 핀테크 산업 확산을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국내 핀테크 서비스인 카카오페이가 그해 9월 출시된다. 이 서비스는 이후 간편결제의 상징적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다. 기존의 액티브엑스(ActiveX)나 키보드 보안프로그램 등의 플러그인을 설치한 후 결제 때마다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입력해야 했던 불편함을 없애고 최초 1회만 입력한 후 본인이 설정한 비밀번호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하게 됐다. 출시 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결제 프로세스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6개월 만에 가입자수가 400만명을 넘어섰고, 1년이 되는 시점에 결제건수는 1000만건을 돌파했다.

이런 분위기는 전자상거래 시장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핀테크가 금융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낳게 된다. 이같은 기대와 세계적 흐름으로 다음해인 2015년 1월, 금융위원회는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한다. 이는 정부가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최초의 선언이었다. 이때 발표된 것이 인터넷전문은행 모델 수립, 비대면 본인확인 허용, 크라우드 펀딩 도입, 빅데이터 활용 지원 등으로 지금은 이미 시행 중이지만 이때만해도 이와 같은 규제완화는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었던 것은 물론 전통 금융권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금융권은 자체적으로 핀테크 전담팀을 만들고 본격 대응을 위해 다양한 핀테크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이때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의미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모든 금융권의 중요한 전략이 됐고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핀테크협력센터를 출범하며 핀테크 기업 발굴 경쟁에 뛰어 들었다.

금융권에서 운영하는 이러한 형태의 협력센터는 초창기에는 핀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협업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금융사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공격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도 정부차원에서 이러한 핀테크 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곳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던 대표적 기업이 바로 대한민국 핀테크 스타트업의 상징격인 토스(Toss)다.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분위기는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규제완화 시도로 이어졌고, 2020년 3월, 'Deregulation'을 대표하는 '데이터3법 개정'이라는 결실까지 이뤄지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 전자금융이 데이터금융 시대로 가는 중요한 법개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또한 그해 12월 10일, '천송이 코트'로 알려진 공인인증서 제도가 전자서명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식적인 폐지를 맞았다. 전자서명법은 1999년 7월 발효된 이후 2018년 개정안 발효를 거쳐 마침내 20년이 넘어서야 운명을 다하게 됐다. '천송이 코트'로 인해 만들어진 규제완화 분위기가 대한민국의 핀테크 산업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사실은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


조정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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