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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의 0과 1]망 사용료를 둘러싼 냉혹한 국제 관계

망 사용료 논의, 힘의 논리로 흐를 위험성
국익 챙겨야지만 사실 관계는 분명히 해야
김용주 기자




망 사용료 논의의 흐름을 보면 국제 관계란 얼마나 냉혹한 힘의 세계인지 알게 됩니다. 미국 기업은 초강대국 정부를 등에 업고 전세계에서 유일한 특혜를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고, 미국과 통상마찰을 자제해야 하므로 최후에는 망 사용료를 양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망 사용료 문제는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돈을 내야 한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통신망을 둘러싼 온갖 어려운 개념이 등장하곤 하지만 결론은 심플합니다. 인터넷을 쓰려면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미국의 거대한 두 플랫폼 기업만은 예외인가 봅니다. 구글과 넷플릭스, 두 기업만은 망 사용료를 안 냅니다. 한국에서도 유럽에서도 골칫덩이입니다. 글로벌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호한 공백기를 파고들어 디지털 파이프를 연결한 두 기업은 이제 배짱을 부리고 있습니다.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입니다. 미국 정부는 당연히 한국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왜 미국 기업을 특정하여 망 사용료를 받으려고 하는가?' 이런 주장입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를 거들어서 "망 사용료 논의에 통상문제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한미FTA 등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기업을 특정하여'라는 표현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쓴 것인데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망 사용료 법안은 특정 국가나 기업을 특정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망 사용료를 안 내는 사업자를 규제 대상에 포함했을 뿐인데, 하필 미국의 두 기업이 망 사용료를 안 내고 있을 뿐입니다. 망 사용료를 안 내는 게 잘못입니까, 억지를 부리는 기업에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는 게 잘못입니까?

산업부가 말한 '한미FTA 등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표현은 아주 환영할 만합니다. 한미FTA 제11조와 제12조에는 비차별원칙이 있습니다.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바라는 것입니다. 두 기업을 제외한 한미 모든 기업이 망 사용료를 내고 있으므로, 차별을 하지 않기로 따진다면 두 기업이 망 사용료를 내야 맞지 않겠습니까. 두 기업만 예외를 허용한다면, 망 사용료를 성실히 내는 기업은 뭐가 되며, 이야말로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한미FTA 제14조에는 공중통신망 접근 및 이용권 보장 의무가 있습니다. 이 규정을 만들 때 남의 나라 공중통신망을 공짜로 무단 사용한다는 의미를 담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시죠. 한국 기업들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그 어느 나라에서 인터넷을 공짜로 사용한 예가 있습니까? 네이버나 카카오가 미국에 진출하면 망 사용료를 안 받을 건가요?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산업부가 강조한 '망 사용료 논의에 통상문제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앞에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 말은 결국 이런 뜻이겠지요. '망 사용료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과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게 좋겠다.' 국익 관점에서 어찌 이 말에 함부로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어이 한국에 무역적 불이익을 가한다면, 아무래도 양보하는 게 맞겠지요. 통신은 수출 산업도 아니고...무슨 할 말이 있을까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설사 이 모든 종합적 판단 끝에 망 사용료를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실관계는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은 건 미국 기업의 잘못이나, 무역 등 국익 차원에서 양보한다.' 그것이 한국의 통신 네트워크를 위해 일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아니겠습니까.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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