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 deep]밀려나는 건 시간 문제…위기의 韓 OTT

내수시장 선방했지만…적자폭 확대로 위기 직면
K-콘텐츠 인기 높지만, 자체 유통망 없는 한계
"플랫폼 통합으로 국내외 규모의 경제 이뤄야"
김용주 기자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주요국 가운데 비공산권 국가로는 드물게 자국 시장에서 미국 업체를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콘텐츠 투자비 증가에 따른 적자폭 확대로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해외 시장, 특히 활약을 기대했던 동남아 시장마저 글로벌 OTT에 자리를 내줬다. 저렴한 비용으로 뛰어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역량을 갖췄지만, 이 콘텐츠를 순전히 남의 유통망에 실어보내야 하는 운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선방이지만...불안한 OTT 시장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OTT시장 점유율은 38%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티빙(18%), 웨이브(14%), 쿠팡플레이(11%), 디즈니플러스(5%), 왓챠(3.7%) 순이다. 넷플릭스가 압도적 1위긴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 쿠팡플레이가 43%를 점유하며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 OTT 업체 공세를 막았다. 외국에 비하면 선방한 편이다.

2022년 기준 영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 1720만가구, 아마존프라임 1333만가구, 디즈니플러스 647만가구 순이다. 현지 업체는 4위권 이하로 밀려났으며 점유율도 낮다. 영국은 아예 OTT를 규제하는 법을 만드는 중이다. 자국 콘텐츠 및 방송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프랑스 역시 영국처럼 미국 3개사가 1~3위를 휩쓸었다. 넷플릭스 이용률은 80%에 달하며 아마존 프라임 56%, 디즈니플러스 39%(복수응답 허용)다. 현지 업체인 오렌지 시네마 시리즈(13%)나 까날 VOD(12%) 존재감은 미미했다. 일본도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가 견고한 3강체제를 구축했다. 현지 업체인 훌루재팬(니혼TV 소유)은 4위로 밀렸다.





◇커지는 적자폭...밀려나는 건 시간문제

그러나 한국 OTT가 앞으로도 내수시장에서 선방한다는 보장은 없다. 넷플릭스와 '몸집' 격차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은 지난해 매출 2475억원, 영업손실 119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매출 1315억원, 영업손실 762억원이었다. 웨이브 역시 2022년 매출 2735억원, 영업손실 1213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매출 2301억원, 영업손실 558억원이었다. 매출은 늘지만 영업손실이 커지는 모습이 동일하다. 2년 간 두 회사가 기록한 영업적자만 3700억원이 넘는다. 한국 기업이 이정도 영업손실을 장기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투자를 늘리지만 그만큼 OTT 구독자는 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티빙의 콘텐츠 원가는 2021년 707억원에서 지난해 116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웨이브 콘텐츠 원가는 1452억원에서 211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한국 OTT의 고전은 세계를 무대로 거대한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의 형편과 비교된다. 넷플릭스는 2022년 한국 시장에서 매출 7732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을 달성했다. 2021년에는 매출 6316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기록했다.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2020년 이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넷플릭스 본사 역시 2006년 스트리밍 사업 시작 이후 2022년까지 한 번도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작년 매출 316억달러(약 40조5천억원), 영업이익 56억달러(약 7조원)로 영업이익률은 18%에 달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자체 유통망 없는 K-콘텐츠의 한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남의 손을 빌려 유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제작비와 약간의 수익만 남을 뿐, 콘텐츠 흥행에 따른 모든 수익은 해외 플랫폼이 독식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은 효율이 뛰어난 콘텐츠 제작국이다. 이는 회당 제작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스태티스터(Statista)에 따르면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미국 더 크라운 1300만달러(166억원), 한국 오징어 게임 220만달러(28억원)다. 그러면서도 인기는 웬만한 블록버스터 못지않다.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역대 TV드라마 비영어 부문 1위(오징어 게임)와 4위(지금 우리 학교는), 5위(더 글로리), 7위(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국에서 생산한 콘텐츠다. 단순 계산해도 6배가량 효율이 뛰어난 셈이다.

K-콘텐츠 인기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특히 아시아 지역 인기는 두드러진다. 미디어파트너스 아시아 자료(2021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한국산(34%)으로, 미국(30%)이나 자국(13%), 일본(9%)보다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아시아 OTT 시장은 사실상 우리 손을 떠난 모습이다. 디지털TV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아시아 OTT 시장은 디즈니플러스 1억2000만,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5264만, 넷플릭스 5015만 명의 가입자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니플러스 순위가 높은 것은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다. 정부 통제로 자국 플랫폼이 우세한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하면 아시아 전역이 미국 OTT 세력권에 드는 셈이다.

최소한 수익이라도 가져와야 하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제작비의 110%를 주고 지적재산권(IP)을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면서 향후 콘텐츠가 벌어들일 수익을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것이다.

2억3250만(3월말 기준)이라는 거대한 구독자를 기반으로 연간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콘텐츠에 쏟아붓는 넷플릭스를, 고작 수백 만의 구독자를 확보한 국내 OTT가 대항하기는 쉽지 않다. 콘텐츠 투자도 중요하지만 구독자 기반을 확보할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티빙, 웨이브 등의 OTT 통합설이 지속해서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 콘텐츠 제작사 대표는 "기업 스스로 힘들면 정부가 중재해서라도 OTT 플랫폼을 통합해야 한다"라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