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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③핀테크의 숨겨진 혁명…블록체인과 금융산업의 만남

블록체인, 금융산업 생태계 발전 '엔진' 역할 기대

2010년대 중반부터 금융권에서도 뒤늦게나마 디지털 전환 혁명이 시작됐다. 핀테크가 변화를 선도했고 이후 등장한 오픈뱅킹과 블록체인, 인공지능은 금융서비스를 고도화시켜 기존 금융업 판도까지 바꿀 촉매제로 자리매김했다. 머니투데이방송은 NH농협은행에서 디지털R&D센터장을 역임한 김봉규 지크립토 연구소장의 연재 칼럼을 통해 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업의 발자취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김봉규 소장은 농협은행 재직 당시 오픈뱅킹의 전신 격인 오픈API를 국내 최초로 기획했으며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접목했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기업 지크립토에서 웹3.0 시대에 대응할 미래금융 솔루션의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김봉규 지크립토 연구소장(전무/공학박사)
핀테크의 어원은 금융과 기술의 결합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또한 금융과 기술이 융합해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둘의 탄생 배경도 비슷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수단으로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이는 전통금융 시스템의 신뢰에 의문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 이 의문에서 촉발된 불신은 세계 금융시장에 2가지의 혁신적 트렌드의 등장을 야기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핀테크와 비트코인의 탄생이다.

먼저 핀테크를 살펴보자.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금융은 규제 산업이므로 금융 라이선스가 없는 일반기업이 금융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기존 금융서비스에 대한 불편함과 높은 비용 등을 기술기업이 혁신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몇몇 스타업들이 기존금융권과는 다른 형태로 서비스를 내놓게 된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영국의 핀테크 스타트업인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다.

2011년 설립된 트랜스퍼와이즈는 전통적인 은행 서비스 중 하나인 환전과 해외 송금을 새로운 방식의 핀테크 서비스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영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에게 학비를 부치려면 글로벌 금융망(Swift)을 통해 꽤 많은 경로를 거쳐 최종 지급되기 때문에 송금 수수료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러나 트랜스퍼와이즈는 새로운 해외 송금 방식으로 수수료를 기존 은행의 1/10 정도로 줄였다.

결국 이러 핀테크 혁신 서비스의 분위기는 한국에도 전달돼 기존 시중은행의 해외송금 서비스 수수료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전통적으로 은행시스템에서 해왔던 서비스가 핀테크 기업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자리잡게 된다. 이때쯤 외화송금, P2P 대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개인자산관리, 금융데이터 분석, 인슈어테크, 모바일 지급결제 등 다양한 분야가 핀테크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비트코인을 살펴보자. 사실 비트코인의 탄생으로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기술(blockchain technology)이 알려졌으며 이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암호화폐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를 알트코인이라 부르는데 얼터너티브 코인(Alternative coin)의 축약어다.

그렇다고 블록체인을 암호화폐 기술 정도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과학, 의료, 교육, 환경 등 그 활용도가 너무나 다양해서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다. 관련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누가 먼저, 또 어떻게 활용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형태로 정의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란, 한마디로 데이터를 담은 블록을 체인 형태로 연결하고, 동시에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와 저장을 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중앙 서버에 거래(Transaction) 기록을 따로 보관하지 않고 거래를 할 때마다 거래 참여자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공공거래 장부(ledger)라로 부르기도 하는데, 거래기록이 담겨있는 하나의 장부인 블록이 수만 개 까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위조나 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금융시스템과 비교해 쉬운 예로 가정을 해보자. 일반적으로 개인이 은행에 가서 금융업무를 하면 저축을 하건, 대출을 하건, 모든 것이 은행 시스템으로부터 관리, 감독을 받는 구조다. 은행은 개인의 신용정보와 직장 등을 파악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야 거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계좌를 개설해준다. 그래서 이후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를 은행이 독점하기 때문에 개인은 자기도 모르는 신용정보를 은행이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은행 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등의 우려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이와는 반대로 모든 거래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한 상태에서 은행이나 다른 기관과 같은 제3자의 보증 없이 당사자들 간에 거래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개념의 기술이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송금거래를 요청하면, 해당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록은 네트워크 상의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되고 참여자들의 거래정보를 서로 검증하게 된다. 검증 과정을 거친 블록만이 이전 블록에 연결이 되고, 그 사본이 만들어져 각 사용자 컴퓨터에 분산돼 저장되는 것이다. 이렇게 거래를 할 때 마다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이 체인(Chain)처럼 연결돼, 분산 저장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장부를 위조해 거래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컴퓨터로 연결돼 다른 거래자들의 장부와 절반 이상이 일치해야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해킹이나 위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강력한 보안능력과 투명성, 경제성 등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미래의 먹거리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으로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이중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정리해본다. 1991년 과학자 스큐어트 하버(Stuart haber)와 스캇 스토네타(w. Scott stornetta)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기록한 디지털 연구 문서의 날짜가 변경되거나 위조되는 것을 막기위해 처음 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이들의 연구는 다른 많은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컴퓨터 과학자 할 피니(Hal finney)가 임의의 길이의 데이터를 고정된 길이의 문자열로 변환하는 작업인 해시를 이용해 '재사용이 가능한 작업증명'(Reusable Proof of Work)이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인물에 의해 처음으로 디지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렇게 탄생된 비트코인의 유명세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으로 연상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2018년 중국 월마트는 IBM과 협력해 중국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의 유통과 물류 전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추적하기도 했으며, 2019년 미국 유타주 유타 카운티가 지방 예비선거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투표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와 시도는 계속돼왔다.

국내 금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즈음에 국내 시중은행들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때 몇몇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개념이 전통 금융시장을 파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전통금융 시스템에서 과연 의미 있게 작동할 수 있을까? 만약 작동한다면 어떤 모델에 적용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선진 블록체인 기술을 찾게 됐다.

이러한 의문의 발단은 블록체인의 플랫폼 유형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기본사상은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인데 이 방식으로는 금융권이 요구하는 처리건수를 맞출 수가 없어서 처리건수를 높일 수 있는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이나 컨소시엄(consortium)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이때 국내 은행을 접촉한 기업이 바로 R3라는 외국계 업체였다. R3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들이 모여 분산원장 기술을 가진 핀테크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탄생시킨 컨소시엄이다. 초기 이 컨소시엄에 40여개의 글로벌 금융사가 참여했는데 이것이 인지도를 높이는데 유효했고 몇몇 국내 금융사들도 관심을 가져 적지 않은 연회비에도 불구하고 R3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 즈음에 국내 시중은행들은 블록체인 연구를 위한 전담 TF를 구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정기적인 회의와 교육을 통해 R3가 갖고 있던 코다(Corda) 플랫폼의 연구에 참여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참여은행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처음에 R3가 이야기했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이들간 거래를 효율적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그 당시의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은 몇가지 교훈을 얻게 됐는데, 그 첫번째는 은행이 굳이 익숙하게 운영해온 기존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꿀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아직까지 블록체인 기술은 연구 중이며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세번째는 분산원장기술과 블록체인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후 각 은행별로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연구와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은행들은 DID(Decentralized Identifier)에 관심을 갖고 한동안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관심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ST(Security Token)로 옮겨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은행들이 기존의 전통 금융 시스템 내에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한쪽으로 한국은행의 CBDC를 바라보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외부 토큰경제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에 다양한 형태로 융합돼 새로운 금융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엔진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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