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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밀수' 박정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류승완 입덕"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샘컴퍼니

누군가 가장 다양한 얼굴을 가진 30대 배우를 묻는다면, 그 답은 박정민(36)이다. 일말의 고민이나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다. 그간 배우로서 그가 써 내려간 페이지 자체가 그 방증이다.

독립운동가(동주, 2016)가 서번트증후군(그것만이 내 세상, 2018)을 겪고 다시 미스터리한 정비공(사바하, 2019)으로 돌아와 트렌스젠더(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20)가 되기까지. 작품의 성패와 상관없이 스크린 속 박정민은 단 한 번도 관객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밀수 판의 야망가가 된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껏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든 박정민은 흡인력 있는 열연으로 단숨에 관객을 집어삼킨다.

박정민이 신작 '밀수'(감독 류승완/제공·배급 NEW/제작 ㈜외유내강)로 여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 흥행 질주 중인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로, '베테랑'(2015) '모가디슈'(2021)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류승완) 감독님 영화란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감독님한테 입덕했거든요. 막 영화에 꿈을 갖고 도전려던 참이었죠. 존재 자체만으로도 멋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대사, 감독님이 세상의 바라보는 시선 모든 게 좋았죠. 물론 함께한 감독님은 더 좋은 분이었어요. 정말 열정적이고 뭐 하나 허투루 놓치지 않죠. 리더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걸 보면서 '아, 저게 감독님 영화의 에너지 원천이었구나' 했어요."

사진 제공=샘컴퍼니

극중 박정민은 장도리를 연기했다. 카리스마 있는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 사이에서 찍소리 한 번 못해보고 막내 역할에 충실해 온 인물. 하지만 밀수판에 공백이 생기면서 조금씩 욕심이 생기고, 자신도 한번 인생을 바꿔볼 수 있겠다는 야망을 갖게 된다.

"장도리는 근본이 없는 사람이죠. 정체성이 생기기 전에 어른이 돼서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고 줏대도 없어요. 하지만 단순 악인, 빌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정말 순전히 자기 이득에만, 당장에 눈앞에 있는 것만 보다 보니 자꾸 어긋난 선택을 한다고 봤죠. 동시에 웃긴 캐릭터로 접근하지도 않았고요. 관객을 웃겨야겠다는 생각보단 어떤 상황에서 감정의 폭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들을 잘 보여주려고 했죠. 물론 웃겼다면 그것도 너무 다행이고요.(웃음)"

강렬한 캐릭터지만, 캐릭터 준비에는 오히려 힘을 뺐다. 평소라면 촬영 전부터 맡은 역할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겠지만, 이번엔 그 시간을 덜어냈다. 당연히 영화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는 아니다. 류 감독 지인의 모습을 따와 재해석한 캐릭터인 만큼 류 감독의 명확한 요구사항이 있었고, 이를 따랐다는 설명이다.

"받아먹는 것도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 해서 아예 준비를 안해간 건 아니에요. 다만 감독님의 성향, 작품과 분위기에 따라 사전에 더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것, 현장에서 만드는 게 효과적인 게 나뉘는데 '밀수'는 후자죠. 그렇다고 캐릭터 해석에 있어 감독님과 간극이 크진 않았어요. 그저 감독님의 디렉션이 제가 준비한 것보다 훨씬 좋았죠.(웃음) 준비한 걸 보여드리면 감독님이 추가, 수정할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셨고요. 그때그때 받아먹어야 해서 긴장을 늦출 순 없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사진 제공=샘컴퍼니

데뷔작 '파수꾼'이 2011년도 개봉작이니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3년 차에 접어들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혹 스스로 체감하는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더 자유롭고, 더 즐거워졌다고 했다.

"확실히 카메라 앞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듯해요. 그리고 현장도 점점 더 즐겁고요. 현장에 가는 것도, 그곳에서 함께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죠. 선, 후배 배우들이 현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더 그런 영향을 받는 거 같기도 해요. 생각해 보면 '밀수' 때도 그랬고 지금도(박정민은 현재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촬영에 한창이다) (강)동원 선배가 현장을 너무 즐거워해서 덩달아 즐겁죠.(웃음) 현장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요? 첫 테이크에 '오케이' 날 때. 하하."

그러면서 박정민은 "'밀수' 찍을 때도 (고)민시는 매번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아서 너무 부러웠다. '난 왜 이렇게 못하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엄살이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정민은 매체, 장르, 캐릭터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충무로 대표 배우다.

"신기하게도 늘 제가 상상하지 못한 역할이 들어와요. 그게 개인적으로 늘 기대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저를 찾아주시는 이유를 굳이 생각해 보자면 유연성이 아닐까 해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시키는 대로 잘하고.(웃음) 또 활동 기간에 대비 저를 특정하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이유죠. 물론 처음엔 아쉬웠던 부분이지만, 이젠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이건 언젠가 세월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요."

장주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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