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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때'를 기다리는 11번가

기업가치 저평가로 IPO 추진 지연…최소 2조원 이상 평가 받아야
매각 선회설 나오지만 인수자 나올지 미지수
이커머스 기업 기대치 높아져…흑자 만으로 경쟁력 부족
최보윤 기자

사진=11번가 홈페이지 갈무리

"적정한 때를 보고 있습니다"

IPO(기업공개)를 언제쯤 본격 추진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매번 돌아오는 답변은 비슷합니다. 준비는 끝났기 때문에 언제든 달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이커머스 업체 '11번가' 이야기입니다. 11번가는 IPO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출발선에 멈춰서 있는 겁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으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습니다. 올해 약속 기한이 끝나는데,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려면 이달(8월) 안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각에서는 상장 기한이 연말이 아닌 9월이었다며 이미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합니다. 이런 이유로 11번가가 상장에서 매각으로 선회,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합니다.

최근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을 품으며 이커머스 시장 재편에 나선 큐텐이나 유독 온라인 성적이 부진한 롯데그룹 등이 11번가 예비 인수자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IPO도, 매각도, 그리 녹록지 않을 전망입니다.

11번가는 지난해 151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올 1분기에는 3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요. 2019년 14억원 흑자를 냈으나 2020년부터 쭉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수직하강했습니다.

2018년 투자 유치 때만 해도 2조2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던 11번가의 장부가는 현재 1조원 규모로 반토막난 상황입니다. 11번가가 원하는 적정 기업가치는 최소 2조2000억원 보다 높아야 하는 상황. 그 때가 바로 11번가가 말하는 '적정한 때'일 터입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11번가는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노력의 결과로 지난 6월에는 '오픈마켓'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피눈물 나는' 반전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전체적으로는 2년 뒤인 2025년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 11번가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우선 '5000억원 투자자'들과 약속 기한 연장을 긴밀히 협의 중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약정 기한 연장과 흑자 달성 목표가 무난히 추진된다 해도 안도하긴 어렵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어섭니다. '오아이스마켓'은 '이커머스 유일한 흑자 기업' 타이틀로도 시장 평가가 기대에 못 미쳐 IPO가 불발된 바 있고, 온오프라인 거대 유통망을 뒷배로 가진 SSG닷컴의 IPO 역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흑자 달성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도 꼭 필요합니다. 11번가 뿐만 아니라 모든 이커머스 기업에게 공통 사항입니다. 단순 흑자 경영 만으로는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는 탓입니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출범 후 대규모 적자를 쌓아오다 지난해 3분기부터 비로소 흑자 궤도에 올라선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11번가가 만약 돈맥경화 속 신규 투자에 나서지 못한 채 수익성 강화만 놓고 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다리는 '때'가 계획대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또 미뤄지는 건 아닌지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11번가의 대주주는 SK스퀘어로 지분을 80%나 들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하루하루 속이 타겠지만 이제는 1대주주로서 업계와 시장에 선명한 메시지를 줘야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최보윤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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