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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의 0과 1]상온 초전도체 소동과 우리의 현실

김용주 기자




상온 초전도체(LK-99) 논란을 지켜보며 두 가지 희망을 느낍니다.

'외국에선 '과학 좀 하는 나라'로 한국을 보는구나.'
과학 성과가 없는 나라에서 이런 논문이 올라왔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죠. 한국은 그래도 과학적 인지도가 있는 나라인가 봅니다. 그러니 세계에서 이 논문을 검증하려고 난리가 난 것 아닐까요.

'자체 검증 역량이 있구나.'
샘플을 구하지 못해 검증 작업이 늦어지고는 있습니다만,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LK-99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검증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희망을 봅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를 둘러싸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소동에서 우리의 현실을 엿보기도 합니다.

이번 소동의 핵심은 논문 발표와 그에 따른 테마주 폭등입니다. 논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초전도체 관련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한다. 대략 이런 의식의 흐름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기초과학 연구 결과가 이처럼 주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그 산하 기관, 대학, 연구소 등에서 매주 수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지만, 그것은 심지어 해외 유명 저널에 실릴 정도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지만, 대중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며 더욱이 주가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상온 초전도체는 논문이 공개된 방식과 시점, 주가가 폭등한 시점 등 모든 게 의혹투성이입니다.

아카이브라는 해외 사이트에 LK-99 논문이 처음 게재된 건 7월 22일입니다. 논문 내용에 정말로 자신이 있다면 왜 정식 루트를 통하지 않고 아무런 검증도 필요 없는 아카이브에 올렸는지 의문입니다. 어쨌든 7월 22일 이후 불과 열흘 만에 국내에서 초전도 테마주가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아카이브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거기 올라온 초전도 관련 논문을 영어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그 의미와 경제적 가치를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빨리 정보가 퍼져나간 배경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LK-99 논문은 지난 4월 국내 한 학회지에 먼저 실렸습니다. 물론 그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죠. 그때는 왜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이제야 이처럼 엄청난 반응을 얻은 것일까요.

논문에 대한 학술적 검증은 사법부가 움직이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증거에 의한 확실한 판단이 이뤄지기 전까지 수사 대상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습니다. LK-99 논문 역시 확실한 검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틀렸다'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모든 일은 다 벌어지고 말죠. 주가가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누군가는 손실을 입고....

앞으로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LK-99가 사실이고 대한민국은 위대한 과학자 보유국이 된다.
2.LK-99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상온 초전도체 소동은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난다.
3.검증과 반박이 이어지며 LK-99 검증은 무기한 연기되고, 세계적 업적을 눈앞에 뒀다고 믿는 연구에 많은 투자가 이어진다.

자, 여러분은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보십니까?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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