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픽셀, 메타본부 돌연 해체...거듭되는 '유니콘'의 시련
'그랑사가' IP 웹3 프로젝트 좌초 위기...소속 직원들 거취 '불투명'서정근 기자
엔픽셀의 공동창업자 배봉건 대표(사진 왼쪽)와 정현호 대표(사진 오른쪽) |
엔픽셀이 웹3 프로젝트와 신규 모바일게임을 개발, 운영하고 있는 신사업조직 메타본부를 돌연 해체했다. 이에 따라 '그랑사가' IP를 기반으로 제작되던 웹3 게임 출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해당 본부 해체가 결정된 배경, 본부 소속 직원들의 거취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엔픽셀은 '세븐나이츠' 개발 주역들이 설립해 주목받았던 게임사로, 창업 이후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던 곳이다.
'그랑사가'의 성과가 한계에 달하자 지난해 연말 일부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신사업 전담부서가 해체됨에 따라, 이 회사 임직원 400여명의 거취는 핵심 차기작 '크로노 오디세이'의 개발향방과 성과에 달리게 됐다는 평가다.
3일 엔픽셀 안팎의 소식통에 따르면 메타본부를 총괄하던 고정환 본부장이 퇴사했고, 회사 측은 메타본부 해체를 확정했다.
메타본부는 블록체인과 게임을 접목하는 신사업 전담조직이다. 앱토스와 손잡고 웹3 플랫폼 메타픽셀을 구축했고,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를 개발해 왔다.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는 '그랑사가' IP를 웹3 생태계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로, 개발 돌입과정에서 이목을 모았던 게임이다.
메타본부는 '그랑사가 언리미티드' 외에도 '나이트 서바이버즈'를 제작해 해외 일부 국가에 출시한 바 있다. '나이트 서바이버즈'는 서바이벌 장르의 모바일게임으로, 출시 후 좋은 반응을 얻어 한국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졌던 타이틀이다.
넥슨, 네오플에서 재직했던 고정환 본부장이 메타본부를 맡아 산하 프로젝트를 총괄해 왔다.
메타본부 산하 개발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11월 당시, 엔픽셀은 '그랑사가'를 서비스하는 라이브 본부 일부 인력을 감축하고 기술유닛을 해체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그랑사가' 자체의 수익성이 한계에 달했고, 적자로 전환한 회사 사정을 고려해 일부 인력을 감축했던 것.
당시 엔픽셀의 재무상황, 블록체인 열기가 한풀 죽었던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메타본부 프로젝트의 본격화 자체가 간단치 않은 결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본부가 존속됐고,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관련 프로젝트 재원으로 충당할 투자 유치도 추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본부가 투자를 유치해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안도 논의됐고, 이 과정에서 배봉건 대표와 고정환 본부장 간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련한 경위는 자세히 확인되지 않았다.
본부해체 결정이 비용 절감 때문이었는지, 배 대표 등 경영진과 메타본부 총괄역 간의 갈등 때문이었는지, 경영진이 불투명한 웹3 프로젝트를 '손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인지를 두고 사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엔픽셀은 ”본부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 예정이며, 메타본부 역시 재정비가 이루어질 예정“ 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고 밝혔다.
'나이트 서바이버즈'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본부 해체 후 내부 전환배치가 이뤄질지, 퇴직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있는지, 있다면 그 규모가 어떻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엔픽셀은 설립 직후 투자유치 과정에서 '유니콘(기업 가치평가가 1조원을 넘는 비상장기업)'기업으로 등극해 이목을 모았다. 이 회사 창업자들이 넷마블 재직 중 '세븐나이츠' 흥행을 견인했던 것이 높게 평가받았던 것.
'리니지2 레볼루션' 개발주역인 박범진 전 넷마블 네오 대표가 설립한 아쿠아 트리의 기업가치 평가가 2000억원으로 책정된 것을 감안하면, 엔픽셀에 쏠렸던 기대감과 투자 열기가 얼마나 컸던지를 실감케 한다.
메타본부에 소속됐던 직원들의 수는 80여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 경위와 소속 직원들의 처우 등을 둔 회사의 공지가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던 엔픽셀이 거듭 진통을 겪는 양상인데, 메타본부 해체 후유증을 수습하고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눈길을 모은다.
서정근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