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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잠' 정유미 "맑눈광? 더 미칠 걸 그랬나 봐요"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랑스러움의 의인화 '윰블리'가 낯선 모습으로 스크린 한복판에 섰다. 난간에 올라선 사람처럼 파리한 얼굴을 한 채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이내 파멸을 향한 광기의 질주를 시작한다. 그간 작품 안팎에서 보여준 특유의 러블리함은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다는 듯이.

배우 정유미(40)가 신작 '잠'(감독 유재선/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제작 루이스픽쳐스)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6일 개봉한 '잠'은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봉준호 감독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극중 정유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을 연기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정유미는 "이 시나리오와 유재선 감독님을 소개해 주신 봉준호 감독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처음 시나리오 보고 한 생각이 '아, 나 이런 거 하고 싶구나'였죠. 전체적인 밸런스와 밀고 나가는 힘이 좋았어요. 특히 캐릭터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톤 앤드 매너가 더 크게 다가왔죠. 감독님을 뵙고 싶어서 만났는데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그때 제게 '잠'은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고 하셨는데 그게 되게 신선했어요. 이런 표현을 하는 감독님은 어떻게 영화를 찍을까, 그 현장은 어떨까 궁금했죠."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기대했던 유 감독과의 작업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신인 감독다운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물론, 봉 감독 못지않은 섬세함과 노련함이 그의 마음을 훔쳤다. 정유미는 "기회만 된다면 또 같이 하고 싶다"며 유 감독을 향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님이 디렉션이 굉장히 상세하세요. 제 연기에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 싶으면 '선배님, 그건 좀 빼주세요'라고 말씀 하세요. 반대의 경우엔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고요. 또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넘길 부분까지 세세하게 보시죠. 감독님이 실제론 엄청 곰돌이 같고 순둥하시거든요. 그런 편함 속에서 이런 디테일을 만들어 내고 신선한 발상을 하시니까 다음이 궁금할 수밖에 없어요."

정유미는 이후로도 제법 오래 유 감독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잠'이 공개되고 가장 주목받은 이는 다름 아닌 정유미다. 정유미는 점점 히스테릭해지는 수진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소화해 내며 극의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란 새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다.

"각 장('잠'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마다 감정이 변하는 포인트가 있긴 한데 사실 연기할 때는 '이렇게 변하니까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어쩌다 보니 순서대로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때마다 미술이나 조명이 바뀌니까 그 무드 안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었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광기에 대한 평가는 (언론·배급) 시사 후에 많이 듣고 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아쉽더라고요. 더 갔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더 미칠 걸 그랬어.(웃음)"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선균(현수 역) 이야기도 놓칠 수 없었다. 이번이 네 번째 작업으로, 앞서 두 사람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를 함께했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때 회차가 많진 않았지만, 테이크를 엄청 갔거든요. 그러면서 저희도 모르게 훈련이 엄청 됐나봐요. 호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죠. (이선균) 오빠랑 현장에서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았어요. '어떻게 할 거야? 이렇게 할까?' 이런 이야기 없이 그냥 했죠. 배우로서 오빠에 대한 믿음도 굉장히 컸고요. 제가 뭘 해도 다 받아 줄 거란. 게다가 제가 첫 촬영에선 항상 떨거든요. 근데 오래 알고 지낸 편한 사람과 하니까 그런 게 없었어요. 제겐 너무 감사한 부분이었죠."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잠'을 잘 마무리한 뒤 다음 스텝을 정하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윰블리'의 연장선이든 '맑눈광'의 연장선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그저 본인이 지금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어떤 장르든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저도 재밌고 관객들도 재밌어할 만한 거로 찾아야 한다는 거죠. 근데 또 전 글의 매력만 있어서는 선택하지 않는 거 같아요. 일단 들어오는 것 중에 재밌는 걸 고른 후에 전 바로 감독님을 봬요. 만나면 '아, 나랑 결이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분이 있거든요. 그럼 함께하는 거죠. 현장에서 제일 얘기를 많이 나누는 사람이니까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요즘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정유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잠"이라고 외쳤다.

"근데 진짜로 잠잘 때 제일 행복해요. 특히 일 끝나고 딱 누웠는데 내일이 휴일이라 늦게까지 잘 수 있거나 자고 일어났는데 내일 또 휴일일 때! 그럼 정말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제가 진짜 물을 잘 안마시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그런 날은 배고프면 일어나서 물 마셨다가 또 자고 또 깨면 물 마시고 또 자고 이러죠. 요즘 저의 제일 큰 행복입니다. 잠!"


장주연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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