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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거미집' 송강호 "흥행보다 중요한 건 새로움에 대한 탐구"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결말을 조금만 바꾸면 아주 걸작이 나올 것 같애. 딱 이틀이면 돼."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56)가 이번엔 영화감독이 됐다. 신작 '거미집'(감독 김지운/배급 ㈜바른손이앤에이/제작 앤솔로지스튜디오)안에서 메가폰을 잡게 된 것. 오는 27일 개봉하는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감독 김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극중 송강호는 김열을 연기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송강호는 "무엇보다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라 좋았다. 관객들 역시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지 않을까 했다. '거미집'을 보고 '그래, 이게 영화지'라고 말해준다면 그것이 최고의 극찬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저 역시 봐왔던 소재, 양식이 아니라 신선했고 영화적 느낌이 강해서 반가웠어요. 대중성에 대한 걱정은… 글쎄요. 사실 '조용한 가족'(1998) 땐 '이런 거 찍으면 안된다'는 분도 계셨거든요.(웃음) 물론 봐왔던 게 아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선 생경할 수 있지만, 막상 본다면 새로움에 대한 반가움이 더 크지 않을까 해요. 물론 제게도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배우라면 또 이런 것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죠. 이게 한국영화가 한 걸음 나아가는 길 아니겠습니까. 하하."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송강호가 연기한 김열은 호평받은 데뷔작조차 스승 신 감독(정우성)의 유작이란 의심을 받고, 이후 작품은 모두 싸구려 치정극이란 악평에 시달리는 영화감독이다. 이틀만 다시 찍으면 '거미집'이 걸작이 될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 속, 바뀐 대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과 검열 당국의 방해, 제작자의 반대 등 온갖 악조건을 딛고 재촬영을 감행한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초 수많은 한국영화 현장과 선배 거장 감독들로부터 출발했어요. 그때의 태도, 열정에 대한 오마주죠. 특정 현장, 감독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김열도 마찬가지고요. 자신감이 있다가 또 열등감, 자괴감에 빠지는 보통 예술인들, 그 집합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것보단 이 모든 사건과 인물을 엮는, 리듬감에 사활을 걸었어요. 김열의 어떤 모습이 아닌 '거미집'란 영화 전체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유기적, 효과적으로 전달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그간 숱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영화 감독 역할은 처음인 만큼 소회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카메라 앞에 서 있다가 카메라 뒤편으로 넘어가 '컷'을 외치는 기분은 어땠는지, 혹 이날의 경험이 실제 감독 도전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영화 '거미집' 스틸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처음엔 마냥 좋을 줄 알았어요. 근데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하는 데다 흑백이 아주 멋있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나도 저 안에 들어가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게다가 영화 속 영화의 내용도 너무 좋았고요. 물론 지금 정서에는 안맞을 수 있지만, 1970년대만의 고전적인 멋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감독을 해봐야겠단 생각 같은 건 안했습니다. 하하. 능력과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전 배우도 벅차거든요.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자연스럽게 화제는 김지운 감독으로 연결됐다. 김 감독은 송강호의 배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 두 사람은 '거미집'에 앞서 '조용한 가족'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을 함께했다.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작품에서 합을 맞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감독님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항상 절 설레게 합니다. '영화 여행'이란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여행을 떠날까, 기차를 탈까, 비행기를 탈까' 생각하게 하죠. 물론 약간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죠. 이번엔 어떤 장르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영화를 만들까 하는. 그래서 너무 설레는 거고요. 여행이란 게 원래 설렘 아니겠습니까. 늘 그런 마음으로 감독님을 만나고 작업해 오고 있습니다.(웃음)"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 개봉 후 일정은 내달 4일 개막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참석이다. 수십 번도 더 찾은 자리지만, 예년과 달리 게스트가 아닌 호스트 자격으로 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각종 내홍으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부재한, 비상 체제로 축제를 열게 된 BIFF 측에서 송강호에게 SOS를 보낸 거다.

"사실 (올해 BIFF에) '거미집' 오픈 토크도 있고 해서 어차피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이틀 정도만 먼저 내려가는 거일 뿐이죠. 아시다시피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 비상 체제에 있지 않습니까. 28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와서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영화제에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우리 감독님들이나 선후배 배우들도 그 자리에서 저를 보면 반가워하실 거 같고.(웃음) 그저 작은 보탬인 거죠."

혹 이 선택에 선배 영화인으로서 책임감이 깔려 있느냐고 물었다. 송강호는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임감은 항상 있다.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소박하게 끊임없이 늘 새로움을 향해 내딛는 선배, 배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엔 1000만을 넘겨야지'가 아닌, '이번엔 어떤 가치가 있는 작품을 할까'에 대한 책임감이죠. '송강호 선배가 저런 작품도 하네'란 생각을 할 수 있게요. 설령 그게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가려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비쳐야 하지 않나, 그것이 선배로서의 태도가 아닌가 합니다. 양적이든 질적이든 성취만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새로움에 대한 탐구, 발자취를 남기려고 애쓰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늘 노력 중입니다."


장주연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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