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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K팝 확장' 플레이브, 버추얼 아이돌 왜 돌풍인가

천윤혜 기자



실사 아이돌이 아닌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의 성공이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데뷔한 플레이브(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는 웹툰 외형을 한 버추얼 아이돌이다. 멤버 전원 작곡이 가능하며 보컬, 춤, 랩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실력파다. 가상 세계 카엘룸에 살던 캐릭터들이 지구의 개발자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아 지구(테라)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주목받는 AI 아이돌과는 다르다. 가상 인물이 아닌 본체가 존재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 본체의 움직임을 기록해 디지털 캐릭터가 그대로 움직이게 하는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한다. 결국 노래도 춤도 모두 본체의 능력이다.

모션 캡처 기술은 이미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2001, 2002, 2003), '아바타'(2009) 등에서 활용되며 대중에게 낯설지 않은 기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플레이브는 이보다 한 차원 발전된 기술을 적용한다. 영화에서 활용될 땐 본체가 연기를 한 뒤에 캐릭터가 입혀졌다면, 플레이브의 경우 본체의 움직임이 동시에 캐릭터에 반영되는 것. 이는 소속사가 블래스트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블래스트는 드라마 '구가의 서'(2013), 'W'(2016)를 비롯해 '너를 만났다'(2020, 2021) 등의 드라마, VR 프로젝트를 담당한 VFX 전문가들과 게임 엔진 전문가들이 모여 버추얼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다. 덕분에 멤버들은 제작사의 기술적 능력을 활용, 정기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플레이브는 데뷔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데뷔 앨범 초동이 2만7000장 나온 데 비해 지난 8월 발매한 미니 1집 'ASTERIUM: The Shape of Things to Come' 초동 판매량은 20만4000장을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21일 기준 약 45만4000명에 달할 정도다.

첫 팝업스토어 또한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들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케이타운포유(Ktown4u) 코엑스에 팝업스토어를 개최, 오프라인으로 팬들을 초대했다. 팝업스토어에는 아스테룸을 구현한 듯한 내부 각종 전시물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개성이 가득한 특별한 이미지가 함께 전시됐다. 앨범을 구매할 경우, 또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럭키드로우를 통해 포토카드를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하루 입장객이 1000명으로 제한됐다. 때문에 일부 플리(플레이브 팬덤명)들은 오픈런을 위해 밤을 새우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 첫날 행사 시작 전 몰린 팬들만 800여명에 달했다. 케이타운포유 coex가 오픈한 이래로 블랙핑크 지수, 제로베이스원 이후 행사에 이 정도 규모의 팬들이 몰린 건 처음이라는 후문.

사진 제공=블래스트

실제로 MTN이 팝업스토어 현장을 방문한 15일에도 개장 시간인 오전 11시 이전부터 행사장 밖에는 팬들이 가득 모여 줄을 선 상태였다. 이날 첫 번째로 입장한 관람객 고운빛씨(32)는 오전 0시에 도착해 밤을 새웠다고. 경기도 연천에서 왔다는 그는 머니투데이방송 MTN에 "오류 나는 걸 보고 입덕했다. 멤버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다른 팬들 또한 플레이브의 '오류'에 빠졌다는 후기를 전했다. 이들이 말하는 오류는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도중 기술적인 오류로 관절이 꺾여 보이는 식의 사고가 발생하는 걸 의미한다.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멤버들이 오히려 이를 통해 유쾌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반응이다.

웹툰 캐릭터 같은 외형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는 건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는 플레이브가 팬덤과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됐다. 실사 아이돌처럼 꾸준히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

여기에 외형적으로 나이가 들지 않고 사생활 문제를 일으킬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이 버추얼 아이돌만이 가지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팬들은 더 쉽게 플레이브에 빠져들 수 있게 됐다.

의미 있는 지점은 팬덤이 본체보단 아이돌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거다.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만난 김채희양(18)도 "버추얼이니까 본체에 대한 궁금증이 없다"며 버추얼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오히려 음악과 퍼포먼스에 오롯이 집중하는 효과를 낳으며 음악성으로 아티스트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플레이브뿐만 아니라 이세계아이돌, 피버스 등 다양한 버추얼 아이돌들이 등장하고 잇달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천편일률적이던 K팝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아이돌의 범위가 확장되며 도전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 버추얼 아이돌이 실사 아이돌 이상의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천윤혜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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