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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의 0과 1]SK브로드밴드의 승리, 끝이 아닌 시작인 이유

김용주 기자





2020년 넷플릭스의 도발로 시작된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은 3년 만에 SK브로드밴드 승리로 끝났습니다. '통신주권'을 걸고 글로벌 IT 거인과 벌인 싸움에서 이긴 것이므로 기뻐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양사 합의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 추진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합의를 통해 얻어낸 게 아무것도 없다는 시각 때문일 것입니다.

망을 이용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SK브로드밴드가 발표한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이 '고객편익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뻔한 말만 있어 '넷플릭스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것은 오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SK브로드밴드가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 내용 말할 수 없는 속사정

말은 못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소 취하에 합의하면서 넷플릭스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어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송에서 이길 게 확실한데 아무 대가 없이 소 취하에 합의해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번 사건이 그렇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1심에서 승소했고, 2심에서도 승리를 굳혀가고 있었습니다. 7월 열린 항소심 10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망 사용료 금액을 감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본 것이죠. 2심 재판 결과는 연말쯤 나올 예정이었지만, 실질적 결론은 이미 이때 난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즉 넷플릭스는 1차에 이어 2차 소송에서도 패할 게 분명해지자 SK브로드밴드와 협상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입니다.

양사가 이달 들어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은 시점상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지난 수 년 간 SK브로드밴드가 수없이 요청해도 협상에 응하지 않던 넷플릭스가 돌연 협상에 나선 건 이런 배경 때문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형식으로든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는 대신 외부에 알리지 않는 내용의 계약을 SK브로드밴드와 체결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계약 내용은 법적으로 강력한 비밀유지조항을 포함하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간혹 인수합병이나 재판 과정에서 공식 제출한 문서에 계약 내용이 드러나는 예외가 있을 뿐입니다. 금액은 물론이고 계약 사실조차 비밀에 부쳐지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망 사용료를 내지 않던 국가에도 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극도로 비밀을 중시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의 계약 내용을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포함해 상당한 양보를 이끌어낸 것이 거의 분명하므로 SK브로드밴드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는 게 재판의 목적이었으므로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망 분쟁…망 무임승차 방지법 준비해야

이번 승리를 계기로 두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글로벌 빅테크도 끈질기게 싸움을 걸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것을 해내려면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늘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또 매년 통신사와 글로벌 빅테크 간 망 사용료 분쟁이 일어나면서 논란이 일고 심하면 이용자 불편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매년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것일까요?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면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갈등이 봉합되었다고 해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빅테크는 아직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언제든 새로운 빅테크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기 위해 또다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넷플릭스를 교훈 삼아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통신사 간 망 사용료 협상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리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용주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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