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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의 0과 1]이동통신 2위 경쟁의 이면

KT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2위 경쟁 치열
휴대폰과 무관한 사물인터넷 가입자 증가가 원인
의미 부풀리기보다 '진짜 경쟁' 나서야
김용주 기자





이동통신시장에서 치열한 2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8월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는 KT 1770만, LG유플러스 1694만명입니다. KT 21.8%, LG유플러스 20.9%로 점유율 차이가 0.9%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오랫동안 3위로 인식되어 온 LG유플러스의 추격 속도가 굉장합니다. 이 회사 가입자는 2018년 1334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694만명입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360만명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KT가 30만명 늘었으니, LG유플러스의 성과가 눈부십니다. 이 추세면 조만간 점유율 역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통신은 점유율 늘리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내가 요금을 낮추면 경쟁사도 낮추고, 내가 보조금을 풀면 경쟁사도 풉니다. 내가 하는 건 경쟁사도 하므로, 특별히 한 회사에 쏠림현상이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시장 초기에는 가능성이 있으나,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는 남의 가입자를 뺏어와야 하기 때문에 몇 배로 힘듭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돈이 없는 하위 사업자가 상위 사업자를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수를 넘어선 성숙한 시장에서, 그것도 꼴찌 사업자가 점유율 역전을 이뤄낸다면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LG텔레콤 진입과 KTF의 한솔엠닷컴 인수합병,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이 마무리되어 지금과 같은 3사 경쟁체제가 확립된 2002년 이후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니까요.

경쟁은 바람직한 것이고 이것도 경쟁은 경쟁이니 나무랄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선전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LG유플러스의 점유율 급등은 휴대폰이 아닌 사물인터넷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단말기를 달아두면 전기나 가스 사용량을 중앙 서버로 전송해주는 사물인터넷(IoT)을 원격검침이라고 하고, 정부는 이것을 '원격관제'라는 항목으로 통계에 반영합니다. LG유플러스는 바로 이 원격관제 부문에서 무더기로 가입자를 모집한 듯 합니다. 원격관제 회선수는 2018년 KT 68.5만, LG유플러스 66.8만으로 엇비슷했으나 현재 KT 157만, LG유플러스 378만입니다. 5년 만에 200만 회선 넘는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휴대폰만 따로 떼어 이동통신 점유율을 내면 SK텔레콤 41.2%, KT 24.2%, LG유플러스 19.6% 입니다. 익숙한 구도가 변하지 않았습니다.

원격관제는 회선당 월평균 수익이 1788원에 불과합니다. 단말기값이 5만원 정도 한다고 하니, 2년이 지나도 기기값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저가 시장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기업 맘이겠습니다만, 이렇게 싼 가격에 수백만 회선을 유치하는 행동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박리다매인가 싶기도 합니다. 원격관제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다만 점유율 역전의 의미를 아전인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LG유플러스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KT는 그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KT가 원격관제 사업을 수주하려면 못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KT의 경영공백 탓이라느니, LG유플러스의 저렴한 휴대폰 요금제 덕분이라느니 하는 말은 조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KT는 2020년부터 경영공백이란 말입니까? 그해부터 LG유플러스가 원격관제를 치고 나갔는데 KT는 가만히 있었으니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점유율 역전은 사물인터넷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렴한 휴대폰 요금제를 상찬하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처럼 통신시장에 경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들떴던 마음이 가만히 가라앉습니다. 이번 해프닝이 통신시장의 성장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전조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시장이 성장하고 먹을 것이 많은 시절에는 굳이 이런 박리다매 전략이 등장하지 않을테고, 실제로 그랬으니까요. 통신시장에 경쟁다운 경쟁이 일어나길 바라봅니다.



김용주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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