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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단해도 선택지 없어"…'추가분담금'에 고통받는 지주택 조합원들

인천 '숭의역 엘크루', 시공사 변경 조합원투표 가결…추분 2억원 이상 예상
무기한 공사 중단에 '울며 겨자먹기'로 시공사 변경 투표
추가분담금 계속 늘어나는 지주택 특성상 고통받는 조합원들 속출
엄수빈 기자

숭의역 엘크루 투시도.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추가분담금에 큰 영향을 받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합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9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금리와 미분양, 건설비용 상승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많아지면서 추가분담금을 놓고 마찰을 빚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장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숭의역 엘크루'는 공정률 10% 정도에서 시공사인 일군토건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지난 5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된 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계속되는 이자 부담에 시달리며 마음을 졸여왔다.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던 인근 지주택 '용현 오션뷰 경남아너스빌'은 이미 준공돼 지난 3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바 있다.

이에 두산건설은 지난 8월 숭의역 엘크루 사업 주체인 신흥동3가 지역주택조합에 시공사 교체 입찰 의향을 전했고, 지난달 29일 열린 조합총회에서 시공사를 두산건설로 교체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시공사 변경 안건이 가결됐지만 조합원들 마음은 편치 않다. 시공사 변경 시 조합원 1인당 최소 2억원 이상의 추가분담금이 예상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인근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은 시간이 돈인 사업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로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이자는 급격히 불어나 조합원들의 손해가 더욱 극심해진다. 결국 조합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변경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원 A씨는 "저도 처음에는 너무 많은 추가분담금 때문에 시공사 교체를 반대하기도 했지만, 안전하고 믿음직스러운 대형 건설사와 계약을 맺으려면 이정도 금액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마음을 바꿨다"며 "마음이 무거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다시 생긴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총회 안건이 가결됐지만 아직 두산건설과의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사업에 대해 아직 내부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지역주택조합 추가분담금 문제가 발생한 곳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서희건설은 지난 3월 포항시 북구 '흥해 서희스타힐스 더캐슬' 조합과 공사비 분쟁을 벌이다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 6월 추가분담금 합의로 공사가 재개됐지만 입주 지연 배상금, 중도금대출 이자 등의 문제는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8월 태영건설이 착공에 들어간 '강서 더 웨스트 마곡 데시앙'은 착공 전 추가분담금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처음 조합 가입 당시 분담금을 3억~7억 정도로 계약했지만 공사를 앞두고 가구당 3억~6억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요구하자 조합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이후 총회 의결 끝에 갈등이 봉합되며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주택은 일반적으로 추가분담금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보통 토지매입 지연에 의한 추분발생만 생각하는데, 오히려 환경영향평가·교통평가·건축심의·사업승인심의 등 각종 심의에서 나오는 지적사항들 보완하느라 더 많은 추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 모집시에는 이러한 인허가들이 하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모집하는데 조합설립인가 취득 후 사업에 필요한 인허가를 하나하나 밟아가며 지적사항을 설계에 반영하느라 공사비가 증가하고, 또 재심의를 받다 보면 시간이 지연되고 물가상승분이 사업비에 반영돼 추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주택 사업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손 떼고 나오는' 선택지가 없다. 그간 사업에 투자했던 비용을 거의 포기해야 하는 매몰비용이 워낙 커서다. 이 때문에 세간에는 '지역주택조합'이 '지옥주택조합'으로 불릴 만큼 피해가 커 사회적 문제로도 부각된다.


엄수빈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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