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경제]일본③ [르포] 남성은 아키하바라, 여성은 이케부쿠로…오타쿠 성지
핸드백에 치가와 매달고 다니는 것이 유행…SNS에는 본인 사진 대신 치가와 사진 업로드아키하바라는 메이드카페, 여성 타깃 이케부쿠로는 신사카페 인기
도쿄(일본)=이상현 기자
핸드백에 매달은 캐릭터 인형. |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는 도쿄에서 오타쿠의 성지로 불린다. 하지만 두 곳의 느낌은 정반대다. 아키하바라는 남성이 주요 타깃인 반면, 이케부쿠로는 여성이나 가족을 겨냥한 캐릭터가 눈에 띈다.
이케부쿠로 랜드마크인 선샤인시티에는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상점이 입점해 있다. 선샤인시티는 1978년 완공된 60층 복합 빌딩으로 국내의 63빌딩과 비슷하다. 먼저 일본 최대규모의 포켓몬센터인 메가도쿄지점이 들어서 있다. 또 크레용 신짱이나 헬로 키티 등 여성과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상점도 입점해 있다. 이외에도 여성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을 고려해 식당이나 옷가게가 주를 이룬다.
특히 이케부쿠로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핸드백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인형을 하나씩 매달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은 그 작은 인형을 ‘작고 귀엽다’라는 뜻을 합쳐 치가와(치사이+가와이)라고 불렀다. 일본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치가와를 드러내기 위해 핸드백이나 백팩에 걸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다.
직장인 아끼가(21) 씨는 “좋아하는 캐릭터 치가와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라며 “오늘도 해당 캐릭터 치가와를 수집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답했다. 이어 “집에 수백개 이상의 치가와가 있다”며 “이를 수집하기 위해 월평균 6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심지어 치가와의 일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한다. 가령, SNS에 사진을 올릴 때, 본인의 사진보다는 치가와의 사진을 올린다. 자신을 치가와에 대입해 치가와가 직접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치가와가 일본의 한 카페를 방문했다. |
대학생 나나미(25) 씨는 “치가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치가와와 배경사진을 함께 찍어 SNS에 사진을 올린다”며 “최근에는 치가와와 함께 디즈니랜드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반면, 아키바하라는 이케부쿠로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키하바라역 개찰구를 나서자마자 메이드 복장을 갖춰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가장 먼저 보였다. 아키하바라역은 남성 오타쿠의 성지로 평가된다. 주요 타깃은 당연히 남성이다.
아키하바라 메인거리에는 메이드복장을 갖춰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1미터 간격으로 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들은 지하철역에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했다. 건물에는 남성 오타쿠가 좋아하는 여성의 캐릭터가 부착돼 있다.
아키하바라 기고(GIGO)는 다른 지역의 기고와 달리 남성을 겨냥한 상품이 많았다. GIGO는 일본 오락시설이 모인 곳이다. 주로 저층에는 인형뽑기 기구가 배치돼 있고, 고층에는 다트와 핀볼 등 오락시설이 들어서 있다.
아키하바라 기고 1층에는 포켓몬스터를 포함한 대중적인 캐릭터 인형뽑기 기구도 있었지만, 남성을 겨냥한 캐릭터가 많은 편이었다. 2~3층에는 남성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온전히 차지했고, 한쪽에는 코스튬 복장을 갖춰 입은 피규어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생 일루카 씨는 “아키하바라에는 남성을 겨냥한 메이드카페가 많은 반면, 이케부쿠로에는 여성을 겨냥한 신사카페가 있다”며 “두 지역 모두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방문하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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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이상현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