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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기술로 만든 자동화 항만 '부산항 신항 서컨 2-5단계' 모습은?

컨테이너 크레인·트랜스퍼 크레인·무인운반차량만 가동되는 무인지경 최첨단 컨테이너항만
3400억원 규모 국산 하역장비를 국산으로 채우는 통큰 투자 단행, 항만장비산업 육성 차원
이군호 기자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 전경
부산항 신항 3부두 모습. 컨테이너 화물차들과 다양한 차량,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1일 찾은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

이 부두 외곽은 파란 펜스로 모두 막혀있다. 맞은편 부산항 신항 3부두에는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화물차와 각종 차량, 항만 관계자와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부두가 이렇게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술로만 구축한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부두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2-5단계 부두는 부산항만공사가 직접 개발했고, 동원글로벌터미널(DGT)이 운영을 맡는다. 총사업비 1조1400억원이 투입돼 지난달 준공됐다.

이 부두에는 9대의 파란색 컨테이너 크레인(C/C)과 야드 중앙에 위치한 46대의 주황색 트랜스퍼 크레인(T/C)이 부두를 채우고 있고 선박과 크레인, 야적지 사이는 무인운반차량(AGV·Auto Guided Vehicle)이 컨테이너를 싣고 분주하게 움직이게 된다.

AGV는 기존 항만에서 운영되던 야드 트랙터를 대체해 컨테이너 크레인과 트랜스퍼 크레인 사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모빌리티 제조사 VDL로부터 12대를 수입하고, VDL이 현대로템에 기술을 이전해 43대를 제작했다. 이 AGV는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다가 배터리 잔량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로봇 청소기처럼 충전기로 돌아가 자동으로 충전한다.

무인운반차량(AGV·Auto Guided Vehicle) 모습

이렇게 자동화로 운영되다보니 부두내에는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무인지경이다. 컨테이너 크레인으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들어올리거나 내릴때만 원격조종으로 컨트롤하다보니 이 필수인력과 모니터링, 비상시를 위한 인력 32명만 근무한다.

컨테이너를 들어올리거나 내릴때 원격조종으로 하는 이유는 바람이 세게 불거나 예측치 못한 파도가 칠 경우 사고 위험성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미 항만 자동화를 마무리한 유럽이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수부는 항만 자동화의 최대 장점을 안전에 맞추고 있다. 기존 컨테이너 항만에서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고 위험이 있는데 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안벽부터 이송, 야드 전 구간이 자동화된만큼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도 중단없는 항만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홍성준 부산항만공사 운영본부장은 "항만 자동화에 따른 업무 효율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가장 큰 장점은 재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라며 "이미 경험한 코로나19같은 전대미문의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항만 운영 중단없이 24시간 가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20~30%의 업무효율성 제고와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 박정재 팀장은 "자동화가 안 됐다면 크레인 60대 기준 90명 인력이 있어야 하지만 AGV 도입으로 인해 인력이 필요없게 된다"며 "기존 반자동 항만과 비교해 업무효율 20~30%이 높아지고 인건비가 줄어 항만자동화 장비에 투자된 투자금은 8년 이내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항만 자동화가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논란과 관련 해수부와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은 항운 노조는 물론 기존 사업장 노무인력과의 협상을 진행중이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는 지난달 말 완전 자동화 항만하역장비 시연행사를 가졌으며, 앞으로 시운전과 안정화 단계를 거쳐 내년 3월 공식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 박정재 팀장이 원격컨트롤중인 모니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항만 자동화시장 얼마나 커지나
해외에서는 자동화 항만이 일찌감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동화를 위한 투자비는 더 들어가지만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무재해에 근접할 수 있다보니 항만산업이 성장한 전세계 국가들은 자동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네델란드가 로테르담항을, 독일이 함부르크항을 일찌감치 자동화 항만으로 구축했다. 특히 항만 자동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샤먼항·청두항·양산항 등을 완전 자동화 부두로 탈바꿈시켰다. 중국보다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는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가 최초다.

이처럼 항만 선진국들이 앞다퉈 항만 자동화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항만 전반의 스마트화와 함께 항만장비의 자동화·지능화가 요구되면서 전 세계 항만 자동화장비 시장은 2019년 38억달러에서 2027년 57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를 시작으로 부산항신항, 광양항, 인천신항과 진해신항까지 2조원 규모의 항만 자동화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를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조성하기 위해 3400억원 규모의 국산 하역장비를 국산으로 채우는 통큰 투자를 단행했다. 항만자동화 장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0%에 전후에 달할 정도로 주도하고 있다. 국산 장비와 중국 장비의 가격차는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세계 7위의 항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주요 컨테이너터미널에서는 외국산 항만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국산화에 대한 산업계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며 "국내 항만장비산업이 항만 자동화, 지능화 전환에 대응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3400억원 규모의 국산 하역장비 도입이 부가가치 2110억원, 생산유발 6417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아 국내 스마트 항만산업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서컨테이너 2-5단계 부두 준공은 우리나라 최초로 완전 자동화 항만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혁신적 성과"라며 "향후 광양항과 인천항까지 자동화 항만을 확산하는 한편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부산항 진해신항에 한국형 스마트항만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 모습



이군호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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