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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신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안전에 또 안전 '안전 앵무새' 세펙트

유럽 수준의 세이프티 라인업 구축
국내 최초로 안전스위치 국산화 성공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안전 조치 필수…성장 전망
인재 모집 위해 각종 인증 획득…사내복지 확대
윤석진 기자

황현승 세펙트 대표가 세펙트 쇼룸 데모키트 앞에서 세이프티 장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노비즈협회

"신체가 감지되었습니다."

누군가 데모키트 안으로 팔을 넣었다. 앞뒤로 움직이던 쇠막대기가 고장난 듯 작동을 멈췄다. 스피커로 신체가 감지되었다는 말만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잘 모르는 기계를 만지작거린 대가로 5분 넘게 그 소리에 시달렸다. 기계 담당자가 와서 작동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가 꺼지고 쇠막대기가 다시 움직였다. 담당자는 우리가 건드린 게 라이트 커튼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커튼'이 사람의 몸을 감지하면, 모든 기기 작동을 우선 멈추고 경고음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다. 안전장치는 삼중, 사중으로 적용된다. 황현승 세펙트 대표는 "유럽 수준의 세이프티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며 다중 안전장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기기가 오작동 할 경우, 보통 2인 1조가 되어 작업을 한다. 이 때 안으로 진입하는 작업자는 키를 스위치에서 분리해 손목에 패용해야 한다. 키를 소지하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아 진입 자체가 안된다. 키를 빼는 동시에 자동 작동 시스템이 중단된다. 수동 작업만 가능하다. 작업자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기에 깔리거나 끼이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나머지 한 명의 조력자는 길쭉한 조이스틱 같이 생긴 '인에이블 그립 스위치'를 살짝 잡은 채로 안으로 들어간 작업자를 주시한다. 조력자가 손에 힘을 주거나 그립을 풀고 달아나면 모든 작동이 멈춘다. 안전에 안전, 또 한 번의 안전 조치로 이어지는 이 과정에는 '키 체커 시스템'과 '도어 인터락 스위치' 기술이 적용됐다.

황현승 대표는 "세펙트는 국내 최초로 안전 스위치(Safety Switch)를 국산화했다. 위험원을 완전히 제거한 이후에 작업자가 진입할 수 있게 한 것이 우리의 근본적인 기술"이라며 "얼마 전 제과 공장 사고도 인터락 스위치만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세펙트 데모키트. 여러 세이프티 기능이 하나의 기기에 접목되어 있다. 사진제공=이노비즈협회

세펙트는 지난 2000년에 설립됐다. 국내에 안전이란 개념이 전무할 때다. 기업들은 생산성 확대를 통한 고도 성장에만 전념했다. 황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인구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여 년 전에는 국내에서 세이프티란 개념이 없었다. 산업을 고도화하면서 생산 효율과 성장 만을 중시했지 안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본조차도 세이프티에 대한 언급이 없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영국이나 스웨덴 등 유럽을 나가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인명 사고가 나면 20억 정도가 들어가니 회사들이 안전 조치에 신경썼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면 우리나라도 비슷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20년 전 국내에 스웨덴 제품을 들여왔고 15년 전 국내 대기업의 의뢰를 받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부연했다.

세펙트는 그동안 10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미국과 중국, 베트남, 헝가리 등 8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본격화되면, 안전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제 기업이 안전 제품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세이프티가 안되면 준공이 안 떨어지는 식으로 법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까지 안전 규제 강화에 따른 수혜를 보지는 못했다. 작년 말 기준 세펙트의 매출액은 86억원, 직원은 26명이다.

황 대표는 회사 성장의 첫 번째 조건으로 '인재'를 꼽았다. 기업의 혁신과 발전이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는 인재 영입에 진심이다. 올 한 해 동안 안전 제품 UL 인증, 메인 비즈기업 & 벤처기업 인증, ISO 9001 & ISO 14001 & ISO 45001인증을 연이어 취득했다.
황 대표는 "4명이 이력서를 내면 1명이 면접을 보러 올 정도로, 인력 난이 심각하다. 인력 수급이 너무 어렵다. 인증을 따면 병역 특례 제도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기 유리해 진다"고 설명했다.

세펙트 부천 사옥 내부 모습. 사진=머니투데이방송

사내 복지도 다채롭다. 헬스장과 노래방, 탁구장, 당구장이 있다. 최근에는 1억원을 들여 스크린골프장까지 설치했다. 황 대표는 처음 시타만 하고 여태껏 쳐본 적이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무실 곳곳에 자리한 화초도 사내 복지의 일환이다. 이곳에는 사람보다 화초가 더 많다. 잎이 넓죽하거나 뾰족한 화초들이 복도 좌우에 깔려있다. 책상과 책상 사이에도 있다. 회사 사무실이 아니라 도시 외곽에서나 볼 수 있는 비닐하우스 화원에 들어온 것 같다. 황 대표는 "물 주는 데만 2시간이 걸린다. 내가 다 준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세펙트는 안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세상을 꿈꿨다. 그런 곳은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걸어야 당도할 수 있다고 황 대표는 믿는 듯 했다. 그는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석진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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