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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시네마] '위시', '렛잇고' 없는 디즈니 100번째 생일상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따뜻하지만 지루하다. 착하지만 고루하다. 무엇보다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기엔 더없이 아쉬운 작품이다.

3일 개봉하는 '위시'(감독 크리스 벅·폰 비라선손/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소원이 이뤄지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곳에 사는 총명하고 꿈 많은 소녀 아샤는 모두의 존경을 받는 로사스 왕 매그니피코를 찾아갔다 그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야사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간절히 소원을 빌고, 그 끝에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특별한 별과 만나게 된다. 아샤는 별과 함께 매그니피코에 맞서며 진심 어린 소원과 용기가 얼마나 놀라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한다.

알려졌다시피 '위시'는 디즈니가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애니메이션이다. '100주년 기념작'이란 어마어마한 타이틀에 국내에서만 2400만명을 웃도는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2014, 2019) 시리즈 연출자 크리스 벅 감독까지 가세하면서 영화는 출발 전부터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위시'는 아쉽게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무엇보다 서사가 지나치게 빈약하고 전형적이다. 어린 소녀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혁명을 일으키는 게 큰 골자인데 야사의 포부에 비해 그 과정이 한없이 초라하다. 전략은커녕 갈등 구조조차 너무 밋밋해 클라이맥스까지 오르질 못한다. 게다가 문제 해결 방법은 너무나 단순해 맥이 풀린다. 관객층을 성인이 아닌, 아이로 낮춘다고 해도 극적 긴장감을 체험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주인공 아샤를 흑인 소녀로 설정, 또 한 번 인종의 다양성을 시도했다거나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 공주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는 능동 소녀로 설정했다는 점 등은 미래 지향적이다. 다만 이 같은 설정 역시 이제는 반드시 따라야 할 흐름인 지라 강점이라고 하긴 애매하다.

애니메이션 '위시' 스틸 /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메시지 역시 고전적이다. 별에게 소원을 빌던 어린 날 추억 한 켠을 극화한 '위시'는 소원은 이뤄지기보다 품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그러니 "저스트 킵 위싱"(Just keep wishing, 그냥 계속 소원을 빌어라)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소원을 빌다 보면 언젠가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첨언한다. '꿈과 희망'에 기반을 둔 가장 디즈니다운 교훈이자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공감할 만한 메시지긴 하나 진부한 건 매한가지다.

듣는 즐거움이 크지 않다는 건 '위시'의 여러 단점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귀를 사로잡을 만한 노래가 없다. '디스 위시'(This Wish) '앳 올 코스트'(At All Cost) '노잉 왓 아이 노우 나우'(Knowing What I Know Now)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나오긴 하는데 어느 한 곡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겨울왕국' 시리즈를 흔들었던 '렛 잇고'(Let it go)를 대체할 만한 노래를 찾는 건 언감생심이다.

영상 역시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2D 느낌이 짙게 밴 디즈니의 고전 손그림 스타일을 재현했는데 아무래도 입체감이 덜해 흥미가 떨어진다. 더욱이 이야기의 핵심인 별 그림이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 특유의 그림체와 달라 겉도는 느낌이다. '빅히어로'(2015) '주토피아'(2016) 등에 참여한 윤나라 애니메이터의 작업물로, 한 살배기 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쩐지 자꾸 꿈돌이(1993년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가 떠오른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100년을 함께한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크리스 벅, 폰 비라선손 감독은 '신데렐라'(1950)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59) 등 과거 명작 애니메이션들을 오마주한 장면들을 곳곳에 숨겨뒀다. 또 '정글북'(1967)의 발루와 '밤비'(1942)의 아기사슴 밤비, 그리고 '피터팬'(1953)의 피터팬 등 반가운 친구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쿠키 영상은 하나 준비돼 있다. 전체 관람가.


장주연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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