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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인사이드] 패키징서 승부 갈린다…링 위에 선 칩 메이커들

"AI 붐, 첨단 패키징 수요 자극"
차세대 승부처에 공격적 투자 확대
김이슬 기자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올해 글로벌 산업계 전반을 흔든 인공지능(AI)의 부상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서로 다른 칩을 쌓고 자르고 연결하는 '포장 기술'은 반도체 기술 우위를 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반도체 공급망 대전의 마지막 전쟁터가 '패키징' 분야가 될 거란 전망 속에,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를 비롯해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첨단 패키징 거점을 확장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은 후공정 단계에 속한다. 애플과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반도체 설계를 맡기면 파운드리 업체들은 웨이퍼에 반도체를 새기는 전공정을 담당한다. 이후 탑재할 기기에 맞게 반도체를 자르고 쌓고 전기 배선을 연결하는 작업이 바로 패키징이다. 반도체 효율을 높이려면 칩을 작게 만들어야 하는데, 높은 비용과 기술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패키징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 '美 규제망 밖'…중국 반도체 패키징에 집중 공략

중국 기업들도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패키징 기술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로 인해 첨단 반도체 장비 수급이 어려워졌지만 패키징 분야는 아직 규제 밖에 있기 때문이다. D램과 CPU 등 서로 다른 반도체를 엮는 '칩렛' 기술을 잘만 이용하면 제재로 인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패키징 시장 점유율은 38%로 3% 수준인 미국 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대만 ASE, 미국 앰코를 잇는 글로벌 3위 후공정 업체 중국 창텐과기(JCET)는 자국 정부 주도 펀드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 14%를 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각 27일 "패키징은 중국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로, 미국이 추가 제재 조치를 고려한다 해도 중국의 패키징 시장 점유율이 이미 높아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만약을 대비해 말레이시아를 미국 제재를 우회할 통로로 삼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첨단 패키징 분야가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말레이시아 기업에 패키징을 맡겼다. 말레이시아는 고급 인력과 장비가 풍부해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떠올랐다. 미국 인텔이 말레이시아에 70억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고, 독일 인피니온도 지난 8월 50억 유로 상당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TSMC 홈페이지 캡쳐

□ 패키징도 1위 TSMC, 후발주자들 공격 투자로 전력질주

아직까지 패키징 분야 강자는 대만 TSMC다. TSMC는 2024년 CoWoS라는 첨단 패키징 기술 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로직과 메모리 칩을 묶어 데이터 전송 속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AI 가속기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가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기 때문에 2.5D 첨단 패키징 기술인 CoWoS는 병목 현상을 겪고 있어 생산능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도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앰코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한 보조금을 받아 총 20억 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애리조나주에 건설할 계획이다. 애플이 가장 큰 고객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앰코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2025년을 목표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와의 공조를 이룰 거란 분석이 나온다.

TSMC와 앰코의 연합전선은 텍사스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테일러 공장에 패키징 설비를 구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첨단패키징(AVP)팀을 신설한 데 이어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하는 전략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첨단 패키징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일본 요코하마시에 400억엔(3600억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세우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투자금 절반인 200억엔을 보조한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한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은 반도체 성능 고도화를 위한 패키징 기술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000명의 기술자를 채용하고 일본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도체 소재·장비·부품에 강점이 있는 일본과의 협력은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시너지가 될 거란 분석이다.

□ TSMC "삼성전자 보다 인텔이 위협적"…패키징 경쟁력 확보 관건

2년 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매서운 추격은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장중머우 TSMC 창업자가 지난 10월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경쟁자는 삼성전자가 아닌 인텔"이라고 밝힌 것도 긴장할 만한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 IFS의 점유율은 1% 수준이다. TSMC가 57.9%로 1위, 2위 삼성전자가 12.4%다. TSMC는 바로 뒤를 쫓고 있는 삼성보다 인텔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내년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공격 확장을 준비 중이다.

중국시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인텔 파운드리(IFS) 분할에 대비해 8번째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면 당장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 기관 노스랜드캐피털마켓은 "파운드리 분사가 현실화하면 인텔 기업가치는 즉각 1천억 달러(130조원)을 넘어서 TSMC에 이은 2위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최근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250억달러 규모의 새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이슬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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