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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의 0과 1]"손님 이것은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

'서비스'로 주는 음식은 공짜 아냐
호의와 권리 구분할 줄 알아야
김용주 기자




식당에 가면 가끔 "서비스입니다"라고 말하며 주문하지도 않은 음식을 줄 때가 있습니다. 단골이거나, 단체로 가면 이런 말을 들을 확률이 높습니다. 공짜로 이득을 얻은 셈이니 흐믓한 기분으로 식당이 베푼 호의를 즐기게 됩니다.

그런데 '서비스'라는 말을 왜 하는 걸까요? 다음에 오면 줄지 안 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흔히 '호의와 권리'를 구분해야 한다고 하지요. 서비스는 호의이지 권리가 아닙니다. 그러니 "저번엔 주던데 왜 이번엔 안 주시나요?"라고 말해봐야 이런 대답만 돌아올 겁니다. "손님, 그래서 서비스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상법이 정의하듯 상인은 쉽사리 이익을 포기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무작정 호의를 베풀다간 망하고 말겠죠.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때 합리적 범위 안에서 '서비스'를 주게 됩니다.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서비스를 거두어들이는 것은 상인의 '존재 이유'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망 사용료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망 사용료의 가장 큰 난점 중 하나는 '왜 처음부터 사용료를 받지 않고 망을 연결해주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업계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한국 통신사들은 2010년대 초반(2013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데이터센터에 유튜브 캐시서버를 입주시켰습니다. 전혀 대가를 받지 않았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사실상 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망 사용료를 받았다면 이후 망 사용료 논란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단 한 번이지만 망을 무상으로 내준 적이 있으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말해봐야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올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게 '서비스'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신사 입장에서 10년 전에 캐시서버를 내준 것은 일종의 '서비스'였습니다. 유선 초고속인터넷도 중요하지만, 10년 전에 더욱 중요했던 건 4세대 LTE 서비스를 파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면 좋은 동영상 콘텐츠가 필요했고, 유튜브는 이 목적에 정확히 부합했습니다.

통신사로서는 장사에 도움이 되니 유튜브에 서비스를 내준 것입니다. 글쎄요, 그때 "고객님, 이건 서비스입니다"라고 말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고객님이 이것을 '권리'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서비스를 권리로 인식하니 통신사는 환장할 노릇입니다. 식당을 하는데 손님이 올 때마다 "계란말이 공짜"를 외치면 사장님은 힘들지 않을까요. '거 얼마나 한다고'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모든 손님이 "거 얼마나 한다고" 계란말이를 공짜로 달라고 한다면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요.

서비스를 줄지 말지는 식당 사장 맘입니다. 식당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 부담이 되는지 판단할 권리가 그에게 있습니다. 망 사용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가입자가 늘어나고, 더 비싼 요금제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는 한에서는 유튜브한테 얼마든지 서비스를 퍼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매출과 이익이 더 늘지 않을 것 같은데 투자비(트래픽)만 많이 든다면, 서비스를 더 줄 이유가 있을까요?

10년 단골 식당에 갔는데 어느 날 계란말이를 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에 왜 안 주시느냐고 물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겁니다.

"손님, 물가가 너무 올라서요."

상인의 처세란 이런 것입니다. 주식회사인 통신사야말로 상인 중의 상인인데 어찌 이렇게 행동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동안 권리인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호의이자 서비스였음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김용주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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