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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M엔터 주주행동 성공 이끈 비사이드, '가치투자공모전' 나선 이유


이일호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4사(SM·YG·JYP·하이브)의 주주환원율에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주주환원율은 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얼마나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인지를 볼 수 있는 지표다.

배당액은 2022년 결산, 자사주 매입액은 2023년 기준. /자료=각 사 공시 재가공


2023년 이 지표에서 SM엔터테인먼트가 45.7%로 가장 높았다. 회사가 번 돈 가운데 50% 가까이를 주주 환원에 썼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높은 JYP(18.1%) 대비 약 2.5배에 달한다.

이런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율은 2022년 촉발된 SM엔터 주주 행동주의 덕분이었다.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회사의 경영 선진화와 주주 환원을 요구했다. 약 1년에 걸쳐 SM엔터 경영진과의 꾸준히 논의한 끝에 ‘SM 3.0’이라는 발전된 정책이 나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주주 행동주의 성공 사례인 이 케이스는 경쟁 3사가 주주 환원에 신경 쓰는 ‘촉매’가 되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 주주 행동주의 성공엔 ‘비사이드코리아’(이하 ‘비사이드’)의 역할이 돋보인다. 비사이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벌이는 캠페인 속 어려운 내용을 일반 주주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끌어냈다. 행동주의에 기반을 둔 기관투자자와 제대로 된 솔루션이 결합한다면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얼라인파트너스-비사이드 간 협업으로 드러난 것이다.

■ 주주와 싸우지 않는 합리적 '행동주의 원스톱 솔루션'

이후 1년 새 비사이드도 진화하고 있다. 의결권 전자 위임을 서비스하고 캠페인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 전반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가치투자와 주주 행동주의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임성철 비사이드 대표를 인터뷰했다.

2024년 1월 18일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가 MTN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MTN

- 비사이드코리아는 어떤 곳인가요.
▶자본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주주제안측 뿐만 아니라 경영권 분쟁을 방어하는 쪽도 저희와 생각이 맞으면 캠페인을 실행할 수 있죠.
회사가 주주를 설득하고 주주가 의결권을 위임하는 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상장사들이 공감대를 잘 형성할 수 있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최적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줍니다. 동시에 투자자들에겐 내가 투자하는 종목을 잘 이해하고 그를 통해 내 자유의사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죠.

- 주주 행동주의 전략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을까요.
▶개인 투자를 15년 넘게 하며 깨달은 점이 있었습니다. 투자하면서 궁금한 점들을 회사에 전화해 물어봐도 냉랭한 반응만 나오는 데 문제를 느꼈죠. 그러던 중 고등학교 후배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한국 주식시장의 후진적 거버넌스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IT기술을 알다 보니 어떻게 하면 기술적으로 그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공감대가 생겼고, 주주들이 의결권을 편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 지금은 기술뿐 아니라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나아간 모습입니다.
▶2022년 처음 행동주의 캠페인을 할 때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데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편적 기능 제공을 넘어 고객이 요구하는 걸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2023년엔 그걸 실행할 수 있게 됐죠. 그 과정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도 만들었습니다. 이젠 캠페인의 규모나 난이도에 상관 없이 행동주의 캠페인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원스탑 모델’로 진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사이드는 2023년에만 14개 상장사의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맡았다. SM엔터 캠페인 성공을 계기로 2022년 4곳에서 1년새 10곳을 더 맡게 됐다. 임 대표는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상장사, 소액주주연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맞게 캠페인을 할 수 있다”라고 자신한다.

비사이드는 2023년 총 14개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년 대비 캠페인 수와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3.5배가량 늘어났다. /자료=비사이드코리아

-비사이드는 주주 행동주의의 미디어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주주가 저희에게 의결권 표를 위임하는데, 정작 알맹이 없이 맹목적 믿음으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관투자자나 대주주가 이해할 수 있는 전문적 자료를 만들고요. 동시에 가치 있는 투자 아이디어와 기업에 필요한 개선점 등을 일반 주주의 눈높이에 맞도록 제공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주 행동주의의 촉매 역할을 테마로 잡은 만큼 주주에게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대한 동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비사이드 캠페인은 주주가 투자한 회사의 저평가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참여를 통해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해 모든 주주가 수익을 보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성과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듯합니다.
▶ SM엔터테인먼트 캠페인이 공론화하면서, 기존엔 투자자 설명(IR) 자료에 소홀하던 엔터 3사(SM·JYP·YG)와 하이브 등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특정 섹터, 특정 종목에 대해 의미 있게 공론화하니 주변 기업체들도 긴장하기 시작한 거죠. 주주와 기업 간 관계에서 필요한 건 이런 ‘건전한 긴장’입니다. 이 긴장이 풀어지면 어느 한쪽에 힘이 쏠리게 됩니다.

저희는 상장사가 표 대결을 벌이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모더레이터 모두 엄청난 피로도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저희가 2023년에 14개 캠페인을 했는데, 상장사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할 경우 필연적으로 10억원 이상 돈을 쓰는 걸 확인했습니다. 주주들이 싸우지 않으면서 저희를 이용하는 게 훨씬 저렴하고 합리적입니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기업 이해도를 높이고, 기업은 왜 주주와의 소통을 늘려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죠.


■ 수익률 싸움 아닌 '논리 대결'..."가치투자 공론화 장 만들 것"

비사이드는 지난 8일부터 우리나라 가치투자 커뮤니티인 가치투자연구소와 함께 총상금 300만원 규모의 ‘가치투자분석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이 공모전은 여타 공모전처럼 정량적 요인인 수익률은 전혀 보지 않는다. 투자 아이디어 속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최대한 공신력 있는 심사를 위해 비사이드는 한국의 가치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들을 자문위원으로 섭외했다.

비사이드코리아는 가치투자공모전을 위해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사진 가운데) 등 금융투자업계 최고의 가치투자 전문가들을 섭외했다. /사진=비사이드코리아 제공

비사이드는 왜 이런 공모전을 열었을까. “누가 보더라도 뭔가 얻어갈 수 있는, 정제되고 수준 높은 종목 토론을 활성화하길 바랐습니다.” 임 대표의 말 속에서 이 행사가 단순 공모전을 넘어 한국의 가치투자 ‘토양’을 만들고자 하는 열의를 읽을 수 있다.

▶‘가치투자연구소’와 공모전을 진행 중인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나요?
-가치투자 공론화의 장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시작됐습니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국내 투자 문화가 부족하고 최근 관련 운용사들의 트랙레코드도 저조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몇몇 서비스가 유료 구독제를 내세우다 결국 ‘리딩방’ 형태로 전락하고 있죠. 이에 가치투자에 대해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모전 형식 가져온 건 정제되고 수준 높은 종목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함입니다. 가치투자 커뮤니티나 스터디그룹은 많지만 그들이 만드는 레포트를 검증하는 일은 드물죠.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가치투자 아이디어를 뽐내면 그를 검증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했고, 그런 면에서 자문위원들도 업계에서 인정받는 분들을 모시는 데 신경 썼습니다.

▶기존의 주식투자 공모전과는 형식이 달라 보입니다.
-기존 공모전은 무조건 수익률 대회에 치중됐었습니다. 가치투자를 놓고 소통할 만한 장이 부족하다는 걸 캠페인 과정에서 확인했죠. 가치투자 종목이 장기간 저평가 상태를 이어가다 보니 시장에서 소외당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만듦과 동시에 이런 투자를 공론화할 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평가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기업의 저평가 정도와 성장성, 거버넌스 개선 가능성을 비롯한 촉매 등에 관한 설득력 있는 논리를 자문위원들이 평가하는 게 70%입니다. 이밖에 공모전 취지에 공감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토론하는지, 조회수와 추천은 어떤지 등 정량적 평가 항목이 30%를 차지하죠.

▶금융투자업계와도 이런 공모전을 갖고 이야기했을 텐데 반응이 어땠나요.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가치투자 중심 전문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반 주주와 소통하며 답답함을 많이 느끼는 듯합니다. 매번 ‘추천주 있냐’는 식의 이야기만 듣기 때문이죠. ‘내 투자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식의 소통이 더욱 성숙하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분들도 공감했습니다.

▶끝으로 비사이드의 청사진을 전달해 주세요.
-저희는 투자에서의 ‘원스톱 플랫폼’을 중장기 지향점으로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내가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싶으면 비사이드에 들어와서 분석 자료도 보고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얻어갈 수 있는 거죠. 그를 통해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확인하고 주주총회에서 내 의사를 위임하는 식으로 투자를 실행하게 되는 겁니다. 동시에 회사는 주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고 주주총회를 운영하며 IR을 확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하는 모든 주주 관련 행동을 비사이드 한 곳에서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걸 구상하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18일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가 MTN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MTN



이일호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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