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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양자정보학회장 "양자기술 따라잡으려면 엔지니어 도움 필요"

양자역학 원리 알려져 있어…이제는 엔지니어 도움 필요
나노와 디지털 다음은 양자 "한국 기업, 양자 투자해야"
김용주 기자

김재완 양자정보학회장 겸 고등과학원 석좌교수가 직접 만든 편광판을 들어보이며 빛의 중첩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온큐에 간 적이 있는데, 양자컴퓨터 핵심 부품 컨트롤을 물리학자가 아니라 엔지니어가 하더군요. 정밀 작업을 하는 공간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고도의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라고 들었습니다."

김재완 양자정보학회장 겸 고등과학원 석좌교수는 양자정보기술에서 엔지니어의 중요성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100년 이상 연구한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발달한 엔지니어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요지였다. 글로벌 양자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한국의 양자정보기술력은 선진국과 차이가 큰 상황이다.

국내에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양자역학을 습득하면 한국과 선진국의 양자정보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인재를 양자 분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역 은퇴와 함께 연구실을 정리하고 있는 김 교수를 고등과학원에서 만났다.


◇한국이 양자정보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에 칩 엘리엇(Chip Elliott)이라는 엔지니어가 있다. 2000년대 초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도한 세계 최초 양자암호통신망 'DARPA 퀀텀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 언어 시스템을 전공한 인물로, BBN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한 엔지니어였다. 물리학자가 아닌 엔지니어가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양자컴퓨터 업체 아이온큐에 갔을 때였다. 한국 방문단이 회사를 둘러보는데 유독 보안이 철저한 핵심 구역이 있었다. 이 회사의 양자컴퓨터 핵심 기술인 이온덫을 만드는 공간이었다. 거기에는 정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고도의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라고 들었다. 물리학 전공자들이 아니었다.

양자정보기술의 핵심 원리는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건 엔지니어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반도체 팹 전문가, 회로 전문가 등 양자정보기술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엔지니어가 많다. 따라서 양자정보기술 원리를 가르쳐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다. 아이온큐만 해도 직원의 80% 이상이 엔지니어다.

그런데 엔지니어를 양자 분야로 끌어오려면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대학이나 출연연구소 일자리로는 부족하다. 결국 기업이 다음 먹을거리로 양자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이 양자정보기술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Quantum beyond Nano and Digital.' 나노와 디지털 다음은 양자라고 할 수 있다. 나노와 디지털 다음은 양자가 분명한데,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자물질계를 시뮬레이션 하려면 양자계로 된 컴퓨터로 하면 좋겠다고 리처드 파인만이 말했다. 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단위 아래로 내려가면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 원리가 적용되기 시작한다. 디지털의 0과 1이 불분명해지고, 그러면 디지털 논리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트랜지스터에 장애물을 설치해서 전자를 가둬두는데, 나노 단위가 되면 '터널효과'에 의해 전자가 빠져나간다. 0인지 1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게 양자컴퓨터의 아이디어다. 중첩, 양자터널 등을 적극적으로 컨트롤하자는 것이다.


◇양자정보기술이 다양한데, 어떤 기술부터 발전시켜야 하나

양자상태를 컨트롤하고 측정하는 건 센서기술이다. 센서 기술이 발전하면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기술도 함께 발전한다. 양자센서는 양자컴퓨터에 비해 발전시키기가 수월하다. 양자암호통신은 대규모 인프라 필요하지만 양자센서는 대규모 인프라나 대규모 투자가 없어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양자컴퓨터도 중요하지만 기반이 되는 양자센서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기반기술이면서 그 자체로도 유용한 기술이다.

양자컴퓨터는 개발됐을 경우 임팩트가 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류는 있지만 일정 부분 슈퍼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빠른 중간 형태의 양자컴퓨터(NISQ)가 나오면 쓸모가 있을 것이다. 양자컴퓨터 후보기술로는 초전도, 이온덫, 광양자 등이 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이 최고의 양자컴퓨터 기술로 성장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양자컴퓨터 기술이 나올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실리콘으로 평정된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양자정보기술 전략을 세울 때, 아직은 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므로 융통성을 허용해야 한다. 기초과학을 계속 장려하면서 로드맵을 유연하게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등과학원에서 정년퇴임했고 현재 고등과학원 양자우주연구센터 석좌교수,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양자정보학회 회장직은 올봄 후학들에게 양보할 생각이다.

아시아 양자정보과학 컨퍼런스(AQIS) 운영위원장은 좀 더 할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연구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1년 시작해 아시아권 양자물리학 발전에 도움을 줬다.


김용주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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