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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 넘기니 고금리 보릿고개…"봄날은 언제"

고금리·고물가에 새우등 터지는 서민들
금리 인하 발목 잡는 물가상승률·가계부채에 울상
김예린, 임태성 기자

서울 명동상가에 '임대 문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 김예린 기자

"물가가 너무 올라 손님이 없어요. 매출이 줄어드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금리가 높아 계속 허덕이고 있어요. 벌어서 겨우 대출 이자만 갚아요.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데…."

외국인 관광객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명동의 번화가. 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열리며 올리브영·다이소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돌아온 해외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골목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인적이 뚝 끊겼다. '임대 문의'가 붙은 텅 빈 가게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명동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던 다수의 보도와는 사뭇 대조됐다.

28일 서울 명동의 영세상인들은 입을 모아 '고금리·고물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명동이 살아났다고 하는데 예전같지 않다"며 "매출은 줄고 나갈 돈은 많으니 하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는데, 가격이 오르니까 손님이 안 오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전에는 소주를 두 병씩 시켜 드시던 손님들이 이제는 한 병만 드시고 가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B씨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B씨는 "보다시피 가게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며 "장사가 안 되다 보니 대출을 여러 군데서 받아 이자 나갈 곳은 많은데, 당장 손님이 많아질 것 같지 않으니 이자라도 낮춰주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신촌 거리의 상가도 썰렁한 분위기다. /사진= 김예린 기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듯, 전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7.3%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분기 수치(7.1%)를 웃돌았다. 부동산원이 분기별 공실률을 공개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달리 통상 공실률 증가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대가격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 소규모 점포 폐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경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선뜻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물가·가계부채 등 불안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개월째 기준금리를 3.5%로 묶어뒀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5월(0.5%)과 비교하면 무려 3.0%포인트 높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핵심 고려 사항 중 하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반년 만에 2%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도 골치거리다. 2020년 1분기 1611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4분기 1886조원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는 대출 수요를 다시금 자극할 수 있다.

문제는 서민들의 빚부담이 한계치에 임박했다는 점이다. 노원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 시절엔 소상공인들이 2%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가 5.3%로 올랐다"며 "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C씨는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제도가 새로 생겼다는 소식에 은행에 방문했는데 대상자가 아니라는 말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환대출 정책의 대상 범위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D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에서 300만원 한도의 소액 비상금 대출을 받았다는 D씨는 "얼마 빌리지도 않았는데 한달에 2만원씩 이자로 빠져나가는 건 과하다"라며 "이자가 비싸서 돈을 적게 쓰면 적게 썼지 더 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상반기 내 조기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며 서민들의 고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하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금융권과 손잡고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하며 소상공인 부담 경감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빌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이자 캐시백의 경우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자 환급을 진행 중이며 6000억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다음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소상공인 금리 부담 경감 방안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신용회복 지원과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금융·고용 복합 지원 등을 통해 취약층의 재기 지원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예린, 임태성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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