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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 "아카데미, 마케팅 요소일 뿐"

 
장주연 기자

사진 제공=CJ ENM

배우 유태오(42)가 커리어 정점을 경신했다. 지난달 열린 제77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BAFTA)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 비록 트로피는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지만, 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이 부문에 노미네이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바튼 아카데미' 폴 지아마티 등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신작은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배급 CJ ENM). CJ ENM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한 작품으로,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유태오의 BAFTA 남우주연상 외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등 유수 영화제 210개(2월 말 기준)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언론·배급 시사회 후 만난 유태오는 쏟아지는 영화제 초청 소식에 기분이 남다를 듯하다는 인사에 "사실 이 영화를 찍은 지 2년 반이 지났다"며 "결과를 생각하고 작품 선택을 하진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매 작품 '진솔한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해요. 이번에도 시나리오 봤을 때 느낀 감정, 마지막 여운, 그리고 동양적, 철학적인 인연의 의미를 어떻게 해외 관객에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느낀 자부심, 감동을 느낀다면 누구든 이 영화를 받아들일 거라고 봤죠. 영화제 상이나 평론가 호평은 영화사, 배급사가 좋아할 마케팅적 요소예요. 전 무게감도 부담감도 없죠. 과거 연민이나 미래 기대감으로 사는 사람도 아니고요. 오늘, 내일 일 아니면 현실감이 없죠."

극중 유태오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을 연기했다. 같은 반 친구이자 첫사랑인 나영과 재회와 이별을 반복하는 인물로, 유태오는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오디션을 통해 해당 배역을 따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해성의 모든 신을 3~4번에 걸쳐 각기 다른 버전으로 보여줬다.

사진 제공=CJ ENM

"보통 전 캐릭터를 연구할 때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요. 공통점이 있으면 그걸 극대화해서 파고들죠. 이번엔 그게 한(恨)이었어요. 한은 자기 환경을 받아들여 의지하거나 변화시키지 못한 억울함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걸 너무나 잘 이해하는 사람이죠. 문화 배경이 달라도 이야기에 들어가면 그 감수성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요. 전 한이 화일 수도 슬픔일 수도 있다고 봐요. 더 넓게 보면 아련한 미소일 수도 있고요. 해석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고 해성도 그렇게 나온 거죠."

'패스트 라이브즈'는 유태오가 처음으로 교포 출신이 아닌, '토종' 한국인 캐릭터로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유태오는 매주 언어 치료 선생님 만나 한국어 대사 속 어휘, 모음, 뉘앙스, 말의 배경까지 학습했다. 반대로 평소 유창하게 구사하는 영어는 어눌하게 뱉어냈다. 물론 영화 개봉 후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어찌 됐든 여기에는 유태오 나름의 뜻과 계산이 있었다.

"한미 공동 제작 작품이니까 한국 관객만 충족시키면 안됐어요. 미국 관객도 소리, 자막으로 내용에 설득돼야 한다고 봤죠. 미국 시네마사 120년 동안 동양인 배우는 무성인, 장르적 요소로 등장할 때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더욱 (해성의 대사가) 서양인 관점에서도 우습지 않고 진지하게 들리면서 감정선도 유지해야 한다고 봤어요. 다행히 전 미국 어조를 아니까 그 느낌과 여운을 살리려고 했죠. 과거 광둥어가 우스꽝스럽게 받아들여질 때 '중경삼림'(1995) 양조위 언어는 아름답게 들렸듯이요."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인생작'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앞서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를 놓고 자신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객관적, 주관적 이유가 각각 있다"고 운을 뗐다.

"객관적으론 제 커리어가 올라갔죠. 지금도 오디션은 많이 보지만 최근 들어 오퍼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선택의 여지, 여유가 생긴 거죠. 또 인연을 제대로 소화하고 믿어야 해성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멜랑콜리한 감정을 그릴 수 있다고 봤죠. 경쾌하면서도 슬픔과 아련함이 묻어 나는. 그래서 불교적 이념, 운명, 팔자를 믿다 보니 영화가 끝나고 많은 철학적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교과서처럼 분석하고 감정을 세팅하던 연기 접근 방식도 조금 달라졌고요. 주관적 의미죠."

사진 제공=CJ ENM

알려진 대로 유태오는 독일 쾰른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으로, 해외 경험 차 떠났던 미국 뉴욕에서 우연히 연기의 매력에 빠지면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 이후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이어간 그는 2003년 독일 단편 영화 '김밥(Kim Bab)으로 데뷔, 국내외를 오가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주연작 '레토'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며 국내외 영화인들의 인정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20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게 있어요. 서구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동양인의 매력이죠. 예를 들어 섹시한 배우를 물어보면 동서양 반응이 90% 엇갈려요. 근데 모두 통하는 10%가 있단 말이에요. 그 10%를 엄청 찾아봤어요. 영업 비밀인데(웃음) 영화 '연인'(1992)의 양가휘, '십계'(1962)의 율 브리너가 대표적이죠. 그들의 인터뷰, 자서전을 찾아 보고 작품을 보며 연기를 해석했어요. 이걸 잘 소화하면 저도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구 효과(?)일까. 유태오는 지난 몇 년 국내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도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리크루트' 촬영 차 출국한 그는 현재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공개도 앞두고 있다.

"제 목표는 일단 5년 동안 한국 반, 해외 반 활동하는 거예요. 그렇게 인지도를 높인 후 프로듀서로 일하고 싶죠. 제가 하고 싶고 개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작가를 고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마동석 선배나 톰 크루즈처럼요. 그리고 6~70살 되면 한국에서 연기 단체를 만들고 싶죠. 제 현장 경험을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영어로 가르치는 거예요. 아시아 배우들을 한국에서 출발시키는 거죠. 물론 그러려면 제가 먼저 인정받아야 해요. 지금 그 길을 만드는 과정을 열심히 밟고 있죠."


장주연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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