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 현장+] 반려동물과 '합법적 이별' 어려운 한국

반려동물 사체, '폐기물'로 버리거나 장례 치러야
규제·주민 반발에 합법 장묘업체 74곳뿐…서울 '0곳'
'불법 매립' 택하는 반려인들…제도·인식 개선 시급
최유빈 기자

경북 칠곡군 가산면의 한 반려동물 추모공원 봉안당을 찾은 시민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추억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서울시 반려동물 수 114만7000마리(2022년 기준), 장묘업체 0곳.

반려동물 양육가구 600만 시대. 대한민국의 네 가구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반려동물의 시간은 사람보다 빠르게 흐른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평균 수명은 품종과 크기에 따라 다르나 대략 15년 안팎이다. 아직까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반려동물 사망 통계는 없으나, 업계서는 단순 계산 시 연간 약 57만 마리의 반려동물 사체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녀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집에서 죽으면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죽은 경우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일회용 의료도구와 다른 동물들과 함께 소각된다. 다만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쓰레기' 취급해 버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반려인들이 대다수다.

남은 방안은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찾아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12일 기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합법 장묘업체는 74곳이다. 반려동물 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들 중 '화장'이 가능한 업체는 일부다. 이 때문에 A 업체에서 화장을 하고 B 업체에서 봉안하는 사례도 나온다. 서울시와 제주도의 경우엔 동물장묘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장례를 위해 서울의 반려인은 경기도로, 제주의 반려인은 육지로 발걸음 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 2020년 기준 합법 동물 장묘업체에서 이뤄진 건수는 4만7577건에 불과했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왜 사람이 가장 많은 서울에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없을까. '사실상 법적으로 건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와 서울시의 설명이다. 동물장묘시설 운영이 가능한 구역은 여러 규제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인가가 밀집한 지역이나 학교에서 3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법적인 조건을 따지다보면 서울시에 장묘업체가 들어설 수 있는 땅 자체가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농림식품축산부는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했으나, 현재 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막상 법 개정이 되어도 주민 반발을 풀어나가는 건 더 큰 숙제다. 동물장묘업체는 혐오시설로 인식돼 인근 주민과의 갈등이 잦다.

폐기물로 버려지지도, 장례를 치르지도 않은 동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반려인이 '불법'인 매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5년 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소비자 1000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를 매장하거나 투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 자체를 모르는 반려인들도 4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이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한 해외는 어떨까. 미국과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공공 장묘시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공동묘지나 추모 공원을 마련해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는 장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양육이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의 죽음도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인사가 '아름다운 이별', '합법적인 이별'이 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최유빈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