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8.6세대 OLED 투자에도...국내 소부장 울상, 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4조1000억원 규모의 8.6세대 IT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 투자에 본격 돌입했다. 당초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도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시원찮은 모습이다. 투자금의 상당분이 해외 협력사에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업체들에게 돌아가는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 탓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산캠퍼스 IT OLED 라인 구축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A6 라인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A6 라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8 라인을 개조해 구축하는 8.6세대(2290mmⅹ2620mm) IT 전용 OLED 라인이다. 신규 라인은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설비 반입식을 시작으로, 시장의 관심은 장비 협력사로 향한다. 당초 4조원 가량의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 협력사들도 큰 수혜가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협력사에 돌아가는 투자금은 절반도 채 안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장비 협력사에서 가장 큰 거래처가 일본 증착기 업체 '캐논토키'이기 때문이다.

증착기는 디스플레이 제조에 있어 핵심으로 꼽힌다. 유기물을 화소(픽셀)로 만드는 공정이 증착이고, 이를 실현하는 장비가 증착기다.

캐논토키 증착기에 필요한 챔버를 에이치앤이루자와 아이씨디, 원익IPS, 파인솔루션 등 국내 여러 장비업체가 공급하는 구조다. 결국 알맹이는 일본 업체에 있다는 뜻으로도 귀결된다. '큰 손' 고객인 애플이 캐논토키의 증착기를 고집해 온 탓이다. 캐논토키는 독점적 사업자 위치를 이용해 가격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애플이 국내 업체 선익시스템의 증착기도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의 A6 라인에는 캐논토키 장비가 들어서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OLED 공장에 캐논토키 증착기 2대를 반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대를 1조원 안쪽으로 사들이려 했지만 현재 1호기만 단가가 확정(약 1조원)났고, 2호기는 가격협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캐논토키가 2호기의 단가를 1호기 대비 더 높게 부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2조원 이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장 총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소재·부품·장비 기술 국산화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토키 사례는 소부장 국산화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며 "제조사 입장에선 패널 1장당 생산단가를 낮춰야 경쟁력이 있는 것인데, 이와는 역행하는 행보"라고 말했다.

설동협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